지난해 4월13일 인천지법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12살 의붓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40대 여성과 친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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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의붓아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여성에게 대법원이 ‘고의 살해’ 가능성이 있다며 ‘아동학대치사’ 책임만 물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아들을 함께 학대한 친부의 아동학대치사죄는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법·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 11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친부 ㄴ씨에 대해선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ㄱ씨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1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ㄷ(당시 12살)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ㄱ·ㄴ씨는 ㄷ군이 성경 필사를 다 하지 못하면 방에 가두기도 하고, 16시간 동안 밤새 의자에 아들을 묶어두기도 했다. 이후 1·2심은 ㄱ씨 행위에 아동학대살해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지 않고 아동학대치사죄만 물어 ㄱ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동안 아동학대살해죄에 대해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봐온 판례에 따라 ㄱ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ㄱ씨의 학대행위로 ㄷ군의 건강과 발달상태가 점점 나빠진 점 △ 체격과 힘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성인 여성인 ㄱ씨의 학대나 폭력을 더이상 감내하거나 버티기 어려웠던 점 △ ㄱ씨는 ㄷ군 사망 전날 ㄷ군이 제대로 걷지 못하며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봤고, 사망무렵에는 ㄷ군이 통증으로 아파하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한 점 △ ㄷ군이 사망 직전 활력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서도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직접 119에 신고하는 등 실효적인 구호 조처를 취하지 않은 점 △집안에 설치된 홈캠을 휴지통에 버리는 등 기존의 학대행위 정황이 담긴 증거를 삭제하려고 시도한 점을 근거로 들어 “ㄱ씨에게는 적어도 아동학대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ㄷ군의 체중은 학대를 당하면서 2021년 12월 38㎏에서 사망 당시 29.5㎏으로 줄었고, 체질량지수 역시 하위 0.2%일 정도로 극도로 쇠약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양육자인 ㄱ씨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들과 자신의 체격 차이가 크게 나는 사실을 알고도 학대한 것으로 볼 때 자신의 행위로 ㄷ군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법원은 “성인과는 달리 아동이 갖는 신체적·정서적 취약성, 미성숙성, 의존성 및 아동학대범죄의 지속성, 반복성, 누적성 등을 고려해 아동학대살해죄에서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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