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가 EU에 독촉한 대(對)러 정책 변화
"트럼프, 당선 직후 러-우 휴전요구할 것"
"순회의장직 악용" EU 수뇌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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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담 이후 유럽연합(EU) 수뇌부에 대(對)러 정책 변화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승리 직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종전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EU 차원에서 미리 대비해야한다고 주장 중이다.
EU 수뇌부는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의 EU 순회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주장이 마치 EU 전체의 입장인양 왜곡시키고 있다고 반발하면서도 미국 대선 향방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온 JD 밴스 상원의원을 지목하면서 유럽 안보지원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오르반 총리 "러시아와 미리 접촉 시작해야" EU에 독촉
11일(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러고에서 만나 회담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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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6일 오르반 총리가 EU 수뇌부 및 유럽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확보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서한에서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야한다고 생각하며 대통령 당선시 취임 전이라도 조기 종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당선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미국과 EU의 재정부담 비율은 EU에 크게 불리한 쪽으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대서양 통합이란 미명 하에 EU의 유럽전략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 정책을 그대로 따라갔으며 지금까지도 우리는 독립적인 대유럽전략이나 정치적 행동계획이 전무하다"며 "지금이라도 러시아와 직접 접촉이 가능한 외교적 소통 채널을 재개하고 정치적 소통도 재활성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해당 내용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났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및 향후 유럽 외교문제와 현안들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방안 등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EU 순회의장 자리 악용 말아야" …EU 수뇌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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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뇌부에선 오르반 총리가 EU 순회의장국 자리를 악용해 친러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의 외교적 행보가 마치 EU 전체의 대러정책을 대변하듯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앞으로 헝가리가 주최하는 비공식 이사회에는 장관급 집행위원이 아닌 고위 공무원만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헝가리가 여는 모든 EU 이사회의 격을 낮추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관례처럼 이어져 온 EU 집행위원단의 순회의장국 방문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르반 총리가 올해 하반기 순회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국, 러시아를 방문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까지 가지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협상을 종용한 것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순회의장국이 EU 전체를 대표하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마치 EU 입장을 대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친러 외교행보는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EU 회원국 외무장관들도 헝가리에서 개최되는 모든 행사에 보이콧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헝가리는 다음달 28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EU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하는데,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여기에 맞서 같은 날 다른 나라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해 해당 회의를 보이콧 할 계획이다. 폴리티코는 EU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헝가리가 EU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길 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러닝메이트 밴스 "우크라서 일어나는 일 관심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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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밴스 상원의원을 지목하면서 유럽 정계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그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보여온 인물인만큼, 앞으로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카르다 랑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는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밴스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목된 것은 유럽의 걱정거리"라며 "그는 지난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유럽에 실존적 위협을 끼치지 않으며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를 격파할만큼 충분한 무기를 제공할 수도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도 더 강경하게 우크라이나 지원 및 유럽 안보지원 전체를 반대해왔다. CNN에 따르면 밴스 의원은 최근 유세연설 도중 "전세계적으로 나쁜 놈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 우리는 유럽보다 동아시아 문제에 훨씬 더 관심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다. 유럽은 미국에게 받아온 안보 담요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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