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팬데믹만 대비…노딜 브렉시트에 비상사태 자원 집중"
영국 템스강변의 '코로나19 추모의 벽'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코로나19 사태를 맞았을 때 영국 정부의 팬데믹 대비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공공 조사 위원회가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조사해온 독립 기구 '영국 코로나19 조사위원회'는 이날 발간한 1차 보고서에서 영국 및 구성국 자치정부의 팬데믹 대응에 중대한 오류과 결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23만명을 넘는다.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가 여론의 압박 속에 2021년 5월 독립적인 공적 조사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 조사는 2022년 시작됐다. 위원장은 법관 출신 캐럴 할렛 상원의원이 맡았다.
할렛 위원장은 이날 2011년 이후 정부의 팬데믹 대비 계획이 인플루엔자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었다면서 "잘못된 팬데믹에 대비했다"고 짚었다.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등 타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발생한 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근본적 오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또한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영국 정부의 비상사태 대응 조직들의 구조가 마치 미로처럼 복잡했다고 지적했다.
집단 내 합의를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집단사고' 전략 탓에 리더십과 조율, 감독 기능이 부족했고 팬데믹에 대한 초기 대응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상태였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당시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비상대책 마련에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잠재적인 공중보건 위기에 대한 계획은 뒷전으로 밀렸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향후 영국 정부가 "적대국의 위협에 대처하듯이" 팬데믹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급진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전체 비상사태 대비와 대응을 책임지는 독립적인 단일 기관을 설치하라고도 권고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조사위로부터 나온 교훈을 취해 향후 어떤 종류의 팬데믹이 오든 그 충격에 대비하는 개선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위의 다음 보고서는 영국 보건 기관들의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백신, 치료제, 정부 조달 등에 대한 조사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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