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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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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정원 미국 활동 노출’ 인정 “문재인 정권서 발생” 책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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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혐의’ 수미 테리 논란에 답변

“감찰·문책을 하려면 문재인 정권을”

유관부처 외교부·국정원은 말 아껴

테리 공소장엔 2013~2023년 활동

박근혜 정부부터 현 정부와도 겹쳐

“국익에 도움 안 되는 하지하책” 비판

경향신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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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미국 검찰이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정보원 활동상에 대해 18일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감찰·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국정원이나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공식 인정하지 않았던 국정원 활동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실상 공식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실이 정보기관 활동에 따른 논란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안보를 정파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요원이 노출된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감찰이나 문책이 진행 중인가’라는 질문에 “감찰이나 문책을 하면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을 감찰하거나 문책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정원 요원이) 사진에 찍히고 한 게 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고 국정원에서 전문적인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세미나 개최 의뢰 비용 2건은 하나는 이전 정부, 하나는 지금 정부 시기”라며 “둘다 우리 대사관 공관수표로 공식 지급해 (진행한) 정당한 공공외교”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선물 제공은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고, 윤석열 정부는 세미나 개최 의뢰 비용을 정당하게 냈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이 감찰과 문책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테리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원의 활동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유관 부처인 외교부나 국정원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외국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고, 국정원도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대통령실이 감찰과 문책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은 부적절한 대응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대통령실의 감찰 언급을 두고 “가방을 사주는 게 논란이 될 순 있으나, 국정원이 정보원을 관리하는 건 통상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어떤 감찰을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검찰 공소장은 테리 연구원이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윤석열 정부와도 활동 시기가 겹친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원 요원들이 테리 연구원과 접촉해 후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내용이 공소장에 명기됐다.

또 테리 연구원은 외교부 요청을 받고 윤석열 정부에 긍정적인 칼럼을 언론에 게재한 것으로도 공소장에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테리 연구원은 지난해 3월7일 <한국이 일본과 화해를 위해 용감한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제목으로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게재했고, 지난해 4월27일에는 <한·미 정상회담, 한층 탄탄해진 ‘동맹 70년’의 앞길>이란 제목의 칼럼을 한 국내 언론에 기고했다. 공소장에는 지난해 4월27일 기고를 앞두고 같은 달 10일 외교부 직원이 윤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된 기사를 요청하며 ‘500달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고, 테리 연구원도 이에 동의했다고 적혀 있다.

외교부는 이런 공소장 내용에 “전문가 기고문 또는 칼럼 협조 요청은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나, 구체 경위는 알아 보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리 연구원 기소에 대해 “미 연방검사의 말처럼 ‘미국 공공정책담당자들에게 법을 준수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미국 내 문제”라며 “미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나서서 ‘문재인 국정원 감찰 문책’ 운운하면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하지하책”이라며 “문재인의 국정원, 윤석열의 국정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국정원을 갈라치기해 정보역량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썼다.

박 의원은 또 “미국은 자국의 보안을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는데 우리는 대통령실을 도청당하고도 동맹이니까 문제가 없다고 퉁치고 넘어갔던 것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가 수미 테리 사건 기소가 문재인 정부 탓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 의원은 “미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의 혐의 내용은 박근혜 정부 8건, 문재인 정부 12건에 불과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에 20건으로 급증했다”며 “1년 만에 앞선 정부 9년을 합친 것과 같아진 이유가 무엇이겠나. 쫓기듯 성급하게 활동하다 보니 외부에 활동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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