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베리디코 필리핀 노인참여연맹 대표
에밀리 베리디코 필리핀 노인참여연맹 대표는 고령화 대응에 관해 한국이 모범사례(best practices)를 많이 갖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이 3번째 한국 출장이었다는 그는 한국의 노인 관련 제도에 관해 "국가가 지원하고 끌고 가는 노인장기요양 산업이 필리핀 입장에서 가장 배울 점"이라며 "필리핀은 몇몇 지방 정부 말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최근 국내 고령화 추세 속에서 외국인 돌봄노동자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첫 시범사업으로 9월부터 정부 인증 자격을 취득시킨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들여오기로 했다. 다만 필리핀도 2030년이면 65세를 넘는 고령자 인구 비율이 국민의 7%를 넘어가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은 자국의 고령화 상황에는 어떻게 대응할까. 아시아경제는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로얄호텔에서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국가인권위윈회·주한유럽연합대표부 주최로 열린 'ASEM 노인인권 국제 포럼'에 참가한 에밀리 베리디코 대표를 만나 필리핀 고령화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6일 서울시 중구 로얄호텔에서 에밀리 엔 베리디코(Emily N. Beridico) 필리핀 노인참여연맹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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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시니어 분야에 전문성을 지니고 20년 넘게 활동했다는데, 어떤 일을 해왔는지.
▲필리핀에서 사회복지사로 커리어를 시작해 23년 동안 시니어 분야에서 일해 왔다. 어린 시절, 나이 들어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겪는 일들을 목격하면서 노인들의 삶에 관심 갖게 됐다.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 필리핀지부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필리핀에 본거지를 둔 비정부기구인 노인참여연맹(Coalition of Services of the Elderly, COSE)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COSE는 1989년 세워졌으며, 지역사회 기반 노인 케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나는 2002년에 합류했다.
-현재는 젊은 세대가 더 많지만, 필리핀도 앞으로 5년 새 고령화 사회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 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현재 필리핀 총인구는 1억명이 좀 넘는데, 그중 약 9%가 60세 이상이다. 이에 필리핀에서도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많은 젊은 인구가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나가는 데다 기대수명이 높아지는 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출산율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급속도로 고령인구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과는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필리핀은 국가 차원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이러한 장기적 추세를 인식하고 미래의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 유럽 등지처럼 이미 고령화를 경험한 국가들의 경험을 참고하고 있다. 정책 개발, 의료 개선, 사회 보장 강화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민을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정책 개발 측면에서 필리핀 정부가 2019년 공화국법상 국가노인위원회(NCSC)를 설립한 것을 들 수 있다. 위원회는 노인 대상 복지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 기관과 협력하는 임무를 맡았다. 또 2017-2022 필리핀 개발 계획에는 의료 시스템과 노인을 위한 사회 보호 프로그램 개선 등 고령화 인구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 포함돼있다.
의료 개선 측면에서는 2019년에 제정된 보편적 의료법(UHC)을 들 수 있겠다. 노인을 포함한 모든 필리핀인에게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리핀에서도 시니어 관련 산업이 발달해있나.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주거와 의료 영역에서 발달하고 있다. 노인의 요구에 맞춘 시니어 주거와 보조생활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평균 수명 확대로 인한 고령 인구가 늘며 노인 전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필리핀은 한국보다 전통적인 확대 가족이 많은 편이라 가정에서 노인에게 의료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16일 서울시 중구 로얄호텔에서 에밀리 엔 베리디코(Emily N. Beridico) 필리핀 노인참여연맹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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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에 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과 일본에서 확립된 노인장기요양보험시스템을 참고해 노인을 위한 장기 요양 시설과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필리핀에서도 나오고 있다. 또 급격한 고령화를 겪은 한국과 일본이 직면한 상황과 문제를 연구해 예방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연금 시스템의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강력한 노인 돌봄 인프라의 필요성과 같은 문제 말이다. 이러한 전략들을 통합하고 글로벌 사례를 배움으로써 필리핀은 고령화 인구를 위한 지원 환경을 구축해 노인들의 건강, 복지, 사회적 포용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같은 경우 많은 예산이 드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직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잘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필리핀이 갖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지금은 돌봄노동자를 외국에 보낼 정도로 인력이 충분할 수 있지만 필리핀도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돌봄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이른 고민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필리핀에서도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돌봄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 필리핀에서도 노인 돌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 등 다른 국가로 더 높은 급여 등을 따라 유출되는 필리핀 돌봄 인력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추후에 생길 수 있는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 이니셔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부 산하 기술교육기능개발청(TESDA)은 국내 훈련된 간병인의 수를 늘리기 위해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간병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 돌봄 인력 유지를 위한 더 나은 임금과 인센티브 지급 등 근무 조건 향상이 포함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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