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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서이초 1년]② 교사 지도, 아동학대 면책됐지만…현장선 "바뀐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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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 한달만에 교육부 대책…'교권보호 5법' 개정

서울 교사 84% "현장 변화 없어"…아동복지법 개정 등 추가대책 필요

연합뉴스

비가 와도 이어지는 추모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국화가 창문 틈에 꽂혀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터져 나온 교권 회복에 대한 교원들의 외침에 교육 당국과 국회는 발 빠른 대책 마련으로 응답했다.

교원의 정당한 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교원이 아동학대 조사·수사를 받게 될 경우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교직사회 요구가 상당수 제도로 뒷받침됐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현장에선 아직 교권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해 제도의 현장 안착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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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 앞두고 마련된 추모 공간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3일 앞둔 지난 1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서울시교육청 직원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아동학대 신고에 교육감 의견 제출…악성민원 학부모 제재 근거 마련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서이초 교사 사망 후 약 한 달만인 지난해 8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그 후속 조치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교권 보호 5법'을 통과시켰다.

교권 보호 5법은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을 말한다.

교권 보호 5법 중 핵심인 개정 초·중등교육법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17조가 금지하는 신체적·정서적 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 유아교육법 역시 유치원 교원의 유아 생활지도권을 명시하고,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유아교육 과정에서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원지위법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 해제하지 않도록 하고,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 사안에 대해 조사·수사가 진행될 경우 교육감 의견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에게 특별교육 이수나 심리치료 등의 제재를 신설하고,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근거도 교원지위법에 마련됐다.

교육기본법은 학생 보호자가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할 의무를 규정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됐을 경우 이를 수사하는 검찰이 관할 교육감 의견을 의무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 개정과 별도로 무분별한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 시스템과 악성 민원 대응 체계도 마련됐다.

교원이 과도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교육부는 각 교육청·학교가 민원 대응팀을 운영해 모든 민원을 통합 접수하도록 했다.

개별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원을 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교육장 직속의 통합 민원팀도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교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민원 요청에 응하지 않을 권리가 부여됐고, 학부모가 특이 민원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새로운 교권 침해 유형으로 규정됐다.

학생이 교원의 2회 이상 주의에도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교원은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고,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같은 제도적 변화에 교직 사회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무너진 교권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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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여전히 교사 56% "무고성 신고 두려워"…'아동복지법 개정' 요구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7∼9일 서울 교사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4.1%는 서이초 교사 사망 후 교권 보호 법안이 개정됐음에도 현장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교사 56.2%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까 봐 두렵다고도 했다.

학부모나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 역시 여전히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영상이 확산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학생의 폭력 행위를 제지할 경우 신체적 아동학대 신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뺨을 맞으면서도 뒷짐을 지고 있는 교감의 모습에 교직 사회의 충격은 더욱 컸다.

교육계에선 지난해 발표된 교권 보호 대책의 현장 안착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무고성 신고의 빌미가 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서 교원에게 완전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교원의 아동학대 면책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어 개정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여전히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사가 모든 절차를 밟아야 하니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제도적인 기본 틀을 갖춰졌으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추가 프로그램, 예산, 시설 등 섬세한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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