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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황당하다.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같은 팀 동료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 발언을 해서 축구계가 몸살을 앓은 가운데 손흥민과 같은 한국인 공격수 황희찬도 비슷한 발언을 상대팀 선수에게 들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황희찬에게 백배 사죄해도 부족할 상대팀이 오히려 황희찬과 그의 소속팀인 울버햄프턴을 야단 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황희찬이 오버했고 울브스(울버햄프턴의 애칭)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 16일(한국시간) 현 소속팀 울버햄프턴 프리시즌 첫 친선 경기에서 후반전에 나와 45분을 소화했다. 그 와중에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고, 그럼에도 의연하게 남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다. 울브스는 황희찬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포르투갈 공격수 다니엘 포덴세가 황희찬에 인종차별 발언 한 선수를 '응징'하는 차원에서 주먹으로 때린 뒤 퇴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희찬의 출전 및 인종차별 소식은 울버햄프턴 홈페이지, 그리고 영국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 등에 울브스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리암 킨 기자에 의해 밝혀졌다.
울버햄프턴 스페인 마르베야 전지훈련에 동행 취재하고 있는 킨은 16일 자신의 SNS와 보도를 통해 가장 먼저 황희찬이 인종차별 피해 당했음을 전했다.
울브스는 이날 2024-2025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 승격한 코모와 친선 경기를 했다. 코모는 과거 첼시와 바르셀로나 등에서 뛰었던 세계적인 테크니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사실상 감독을 맡고 있으며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월드클래스 출신 수비수 라파엘 바란, 같은 팀 공격수였던 앙토니 마르시알 영입을 추진해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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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프레스 앤드 스타'에 따르면 황희찬을 모욕하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동료 선수 포덴세가 해당 발언한 코모 선수를 폭행했다. 이후 양팀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 포덴세는 레드카드를 받았다. 울브스를 이끄는 개리 오닐 감독도 이를 확인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황희찬에 대한 상대 선수 발언 때문에 화가 났다"고 했다.
오닐 감독은 이어 "모두가 모이는 것(벤치 클리어링처럼)을 볼 수 있었다. 황희찬은 그 것에 분명히 화가 났다. 동료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황희찬을 위로하고 그를 옹호하려고 애쓰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경기를 즉시 중단할 수도 있었지만 황희찬은 계속 이어가고자 했다"며 황희찬의 팀을 먼저 생각하는 멘털까지 극찬했다.
황희찬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감정을 다스리고 남은 시간을 다 뛰었다는 게 킨의 주장이다.
울버햄프턴은 경기 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닐 감독은 코모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황희찬을 동료 선수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오닐은 황희찬에게 경기를 포기할 것을 제안했지만 황희찬은 경기를 계속해 90분을 뛰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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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브스는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이나 차별은 완전히 용납될 수 없으며 결코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며 "울브스는 이 사건과 관련해 UEFA(유럽축구연맹)에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황희찬에 대한 만행이 이뤄지고 12시간이 지나 들려온 소식은 축구팬들을 분노하게 만들 소식이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코모는 16일 밤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고, 모든 인종차별을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문제의 수비수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사건 직후 동료 수비수에게 '그냥 무시해, 그는(황희찬은) 스스로 재키 찬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를 들은 황희찬과 울버햄프턴 선수들이 격분한 것이다.
구단은 이어 "우리 선수와 긴 대화를 나눈 결과, 우리는 이번 일이 황희찬의 이름과 그의 동료들이 황희찬을 '차니(Channy)'로 부른 것과 관계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차니'를 차용해서 홍콩 액션 스타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을 뿐 인종차별과 관련된 악의는 없었다는 주장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코모 구단은 한 발 더 나아가 황희찬을 대신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포덴세, 그리고 울브스 동료들을 야단 쳤다.
코모는 "우리는 일부 울버햄프턴 선수들의 반응으로 인해 이 사건이 지나치게 과장된 점에 대해 실망했다"라며 주먹질을 한 포덴세를 저격하는 듯한 내용까지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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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과 울버햄프턴을 적극 도울 것으로 보였던 UEFA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엄연히 심판까지 등장한 경기의 하나였고, UEFA 소속 국가인 스페인에서 열렸음에도 친선경기까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에 따르면 UEFA는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관할 밖에서 벌어진 경기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UEFA 대변인은 "축구에서 인종차별, 차별, 혐오를 없애기 위한 투쟁은 우리의 우선순위다"라면서도 "징계위원회는 UEFA 대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며 황희찬 인종차별에 관여할 생각이 없음을 못 박았다.
축구계에선 황희찬에 대한 '재키 찬' 발언이 엄연히 인종차별이라는 견해를 우세하게 내세우고 있다. 코모가 이번 사건의 확대를 피하기 위해 그럴 듯한 변명거리를 내세우긴 했으나 한국 선수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 이름으로 부른 것을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하긴 힘들다. 해당 발언 자체를 하지 말아 오해를 사지 않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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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인종차별 피해자가 된지 한 달 뒤 황희찬이 다시 대상이 됐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특급 공격수로 칭송받으며 전성기를 열어젖힌 두 선수에게도 인종차별 발언은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 인종차별은 정확히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에 일어났다. 토트넘 동료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 출연해 손흥민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방송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것도 괜찮다고 하자 벤탄쿠르는 웃으며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은 똑같이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대표팀 소속으로 2024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하는 와중에 두 차례 사과를 올렸으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토트넘 구단이 소속팀 선수들끼리의 대화에서 일어난 발언이어서 오히려 벤탄쿠르를 감쌌다는 비판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울버햄프턴, SNS,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 코모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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