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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873조 쓸어담은 외국인들…미국·영국계 ‘증시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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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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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의 가치가 코로나19팬데믹 이전 수준인 30% 중반대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의 투자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16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보면 12일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가치는 872조5800억원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의 외국인 보유 주식의 가치를 합한 금액이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합산 시가총액의 31.8%에 해당한다. 또한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엘지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 등 국내 증시 시총 상위 5위 종목의 시총 합산 금액과 엇비슷한 규모다.



코스피만 떼어놓고 보면 12일 현재 외국인 보유 주식의 가치는 약 832조8천억원이다. 코스피 시총의 35.8% 비중을 차지한다. 이같은 비중은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코로나19 위기 초입인 2020년 2월 39.3%였으나 이후 줄곧 줄어들어 2022년 7월 약 30.7%까지 떨어졌다. 이 수준에서 횡보하던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지난 2월부터 눈에 띄게 상승하며 30%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외국인이 국내 증시 매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단 얘기다. 한 예로 최근 한달(6월12일~7월12일) 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7조원을 웃돈다.





외국인도 외국인 나름





이처럼 국내 증시의 수급을 외국인이 주도하다보니 전체 지수의 움직임도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닮아가고 있다. 외국인이 사면 지수가 오르고 팔면 내리는 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이후 외국인 누적순매수와 코스피 지수의 방향성은 상관계수가 +83%에 이른다”고 말했다. 외국인 누적순매수 흐름과 지수의 방향성이 사실상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올해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가 외국인 이탈시기였다면 그 이후는 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외국인이 재유입 시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2900선을 내다보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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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관과 함께 국내 증시 수급의 또 다른 주체인 외국인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지만 투자 성향은 제각각이다. 일단 지난 4월 현재 국내 주식보유 외국인의 절반가량은 미국계(40.0%)와 영국계(9.6%)가 차지한다. 뒤이어 싱가포르(8.0%), 룩셈부르크(5.8%)가 뒤를 잇고 중국·스위스·일본·홍콩은 각각 1.7~2.1%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영국·싱가포르계가 총 57.6%로, 외국인 수급의 방향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적(소재지)에 따라 투자 전략이 다소 다르다고 입을 모른다. 신한 투자증권 분석을 보면, 미국계는 ‘거시경제’와 ‘환율’을 한국 주식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달러인덱스의 흐름과 원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의 변동을 보면서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는다는 뜻이다. 반면에 영국계는 파운드화 환율이 달러 대비 상승할 때 한국 주식을 매집한다고 한다. 원-파운드화 간 관계는 잘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싱가포르계는 한국 거시경제나 환율보다는 헬스케어·인공지능(AI) 등 성장주 투자 전략에 더 힘을 싣는다.





외국인 수급의 또다른 변수, 중국 경기





외국인 추가 순매수 유입이 지속될지 가늠해볼 변곡점으로는 중국 경기를 꼽는 시각도 많다. 과거엔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증시에도 외국인 자금이 동반 유입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이런 상관관계가 많이 약해졌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중국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 한국증시에서 벗어나 홍콩이나 중국 시장으로 외국인이 투자처를 옮겨가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외국인 자금을 놓고 한국과 중국 증시가 경쟁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노동길 애널리스트는 “최근까지 글로벌 투자자금 수급에서 중국이 소외돼 왔으나, 중국경기 회복세가 기대감을 넘어 실물 지표에서도 확인되면 미국·영국계 포트폴리오 자금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는 자금 이탈을 겪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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