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22대 총선서 朴 추억 소환, 영남 민심 호소
원희룡, 한동훈 겨냥 '배신자론' 꺼내기도...갈등 계속
한동훈(왼쪽부터), 원희룡, 윤상현,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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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대구=설상미 기자]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이 12일 보수 심장으로 꼽히는 TK(대구경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해 당심 공략에 나섰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경험을 소개하면서 영남 민심에 호소한 반면, 원희룡 당대표 후보는 한 후보의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두고 탄핵 책임론을 거론했다. TK는 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보수 성지로, 국민의힘 당원의 41%를 차지하는 만큼 당권 향배를 가르는 곳이다.
이날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는 22대 총선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난 추억을 언급했다. 한 후보는 "총선 기간 박 전 대통령을 찾아 뵈었을 때 감동했다"라며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어떻게 목을 관리해야 하는지, 차에서 김밥으로 어떻게 영양을 보충해야 하는지 자상하게 알려줬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당시 우리에게 큰 과제였던 의료파업 해결 과제에 대해 굉장한 식견으로 오랫동안 좋은 제언을 해줬다. 저는 큰 마음을 갖고 큰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정호승 시인의 시 '폭풍'을 인용하며 "지금은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릴 때가 아니라 변화해야 할 때다. 입법 독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싸워서 승리를 하겠다"며 "여러분을 위해 폭풍 속에서 비바람 맞으면서 반드시 이겨내겠다. 저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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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 후보는 한 후보의 과거 국정농단 수사를 들어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당원 동지분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라며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는지 몰라도 우리 모두 지옥을 겪었다. 다시는 탄핵은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 후보가 지난해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권 초반기"라고 말한 것을 두고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한 후보를 두고 "민주당 탄핵 열차가 벌써 출발했는데 아직도 바보 같이 채 상병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며 "영화 '대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라고 배신자론을 꺼냈다.
나 후보는 두 후보를 모두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서 "자기 살자고 당무 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이런 금기어를 함부로 쓰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정 파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울러 "제가 '탄핵 막겠다'고 했더니 '공포 마케팅'하지 말라고 한다. 이건 한가한 소리 아닌가"라며 "이러니까 늘 우리가 무기력하다는 얘기를 듣고,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나 후보는 원 후보를 향해서도 "용산에 맹종하는 후보는 절대 안 된다"라며 "대통령, 정부가 잘못한 건 바로 고치고, 탄핵 광풍 막아내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원희룡 후보를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서 "자기 살자고 당무 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이런 금기어를 함부로 쓰는 분들이 있다"면서 "용산에 맹종하는 후보는 절대 안 된다"고 원희룡 후보를 겨냥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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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괴멸적 참패 이후에도 우리는 어떤 변화의 몸부림도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 속에 사실상 죽어 있다"라며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 총선에서 패배한 지 80일이 지나도록 백서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보수가 언제부터 이렇게 비겁했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당 추산 당원 3500여명이 참석했다. 당 대표 후보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지자들의 치열한 응원전도 이어졌다. 한 후보 측 지지자들은 '대구도 한동훈' '당 대표는 한동훈' 등 플래카드를 들고 한 후보 측 러닝메이트가 등장할 때마다 열띤 응원을 이어갔다. 반면 원 후보 측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배신자' 외침도 이어졌다. 한 지지자는 "네거티브를 막아 달라"며 "전당대회가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전당대회 과열로 인해 당이 공식적인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TV 방송토론회에서 우리 후보들 간의 토론이 너무나 격화된 까닭에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많은 우리 국민의힘 지지자들, 국민들께서 굉장히 걱정스러워 한다"며 "우리 후보자들께서도 이 시간부로 자중하시고 멀리 내다보시고 인내와 관용으로 우리 국민 안심시키는 그런 토론을 해 달라"고 말했다.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옳소", "맞습니다" 외침 속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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