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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정치 인질 된 '파리 올림픽'… 프랑스 노조 "좌파 총리 임명 안 하면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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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2위 마크롱, 정부 구성 주도하자 '경고'
의회 회기 시작 맞춰 18일 전국 집회 준비
한국일보

지난달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강경 성향의 프랑스 노동조합 노동총연맹(CGT) 등이 주도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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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에서 총리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기간 중 파업을 하겠다."

프랑스 노조에서 나온 경고성 발언이다. 지난 7일 조기 총선에서 NFP가 1위를 차지했음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여당인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정부를 구성하려 하자 올해 프랑스의 최대 축제인 올림픽을 인질 삼아 압박에 나선 것이다. 총선 국면에서 프랑스 노조 대부분은 '반(反)마크롱·반극우'를 기치로 뭉쳤다. 다만 올림픽이 정치에 발목을 잡혔다는 비판도 나온다.

"마크롱, 계속 기름 뿌리면..." 파업 압박 키우는 노조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강경 성향 노조인 노동총연맹(CGT) 사무총장인 소피 비네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NFP가 선택하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고 프랑스 LCI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원 577석을 구성하는 총선에서 182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에 오른 NFP는 '차기 총리는 NFP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무승부나 다름없다며 '극우·극좌 정당을 배제한 정부를 꾸리자'고 제안한 상태다. 총선에서 르네상스가 주축이 된 범여권 앙상블은 168석을,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을 중심으로 한 극우 블록은 143석을 확보했다.

선거에서 진 뒤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크롱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파업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CGT는 성명을 통해 "CGT 철도 노조가 새 의회 회기가 시작되는 18일 전국 집회를 열자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비네 사무총장은 "국민의 투표가 존중되도록 하려면 우리가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으면 올림픽(7월 26일~8월 11일) 기간에도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태세다. 비네 사무총장은 "지금 단계에서는 올림픽 기간 중 파업 계획이 없다"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계속 불길에 기름을 뿌린다면 (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온건 성향 노조도 "사회적 대화 결렬 시 파리 공항 등 특정 부문 파업을 배제하지 않을 것"(마릴리즈 레옹 민주프랑스노동연맹 사무차장)이라고 동조하고 있다.

이날 CGT 등 7개 노조는 '노동자 권익 향상에 집중하는 차기 정부를 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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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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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연합 "선거 진 정부가 올림픽 대표하다니..."


올림픽을 인질로 잡은 노조와 발 맞춰 NFP는 NFP에서 총리를 지명해야 하는 명분으로 올림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NFP에 속한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선거에서 진 정부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바스티유의 날(14일), 올림픽(26일)에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냐"고 비꼬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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