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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월드리포트] 바이든 없는 대선판…트럼프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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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사퇴 압박이 이젠 촉구 수준을 넘어 모멸감을 주는 단계로 치닫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나 조지 클루니 같은 오랜 우군들은 그나마 그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담아 바이든이 스스로 결단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대통령에게 저렇게까지 말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바이든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의 선봉에 서 있는 쪽은 언론들입니다. 그간 바이든의 든든한 뒷받침이 돼온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이른바 진보 성향 언론들이 일제히 사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보수-진보를 떠나 언론으로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TV토론 이후 180도 달라진 진보 언론의 모습은 다소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트럼프, 바이든 사퇴론에 오락가락…내 마음 나도 몰라?




이미 민주당 경선이 끝난 상황에서 대선 후보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현지 전문가 설명입니다. 전당대회가 남긴 했지만 공식 선출을 위한 일종의 '세리머니'일뿐 이 자리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이 각 주별 경선결과를 뒤집을 순 없단 겁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후보 교체는 불가능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존심이 강한 인물로 꼽힙니다. 정치인 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도 바이든은 그런 성향이 강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바이든을 물러나게 할 방법으로 택한 게 독설일 수도 있겠지만 일각에선 그를 자극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욱 고집스럽게 만들 뿐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마치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를 놓고 벌인 해와 바람의 내기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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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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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가장 궁금해지는 건 바이든의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는 민주당에서 후보교체론이 확산하자 자신이 바이든을 후보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며 그가 선거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체 후보로 꼽히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바이든 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해리스를 너무나도 형편없고, 아주 한심한 사람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바이든이 후보 사퇴 압박에도 대선을 완주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트럼프는 "그는 자존심이 강하고 그만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면서 "그는 대의원을 확보했기 때문에 많은 힘을 지녔다. 그가 '내가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않는 한 그들(민주당)은 수정헌법 25조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이 대통령을 직무수행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트럼프 책사 "바이든 사퇴, 트럼프에 역효과"




트럼프 말이 바뀐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바이든 완주가 자신에게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사실 바이든이 재선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건 트럼프가 있기 때문이고 트럼프 역시 바이든이 대통령이어서 다시 선거에 나설 수 있었단 분석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두 사람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겁니다. 단 한 번의 TV 토론으로 경쟁자인 바이든을 쫓아냈으니 트럼프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걸까요?

트럼프는 바이든이 됐든 해리스가 됐든 별 문제 없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TV 토론 후 트럼프의 책사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내놓은 분석은 좀 다릅니다. 배넌은 지난 달 30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토론 패배가 지지율 붕괴로 이어지고 그를 대선 경쟁에서 탈락시킬 걸로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트럼프에게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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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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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TV 토론 승리를 실익보다 손해가 큰 이른바 '피로스의 승리'로 규정하며 바이든이야말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상대할 최고의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먼저 바이든이 사퇴하면 현직 대통령을 몰아내는 걸 전제로 해왔던 트럼프의 선거운동이 뒤집힐 거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길 수 있는 사람 대신 예측불허의 인물을 상대로 맞이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로선 해리스 부통령 외에 다른 대체 후보가 딱히 눈에 띄진 않지만 해리스가 나선다면 부통령으로 있던 해리스와 실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백척간두에 선 바이든을 보고 트럼프가 웃을지, 불안해할지 알 수는 없지만 예상 밖의 변수를 만난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민주당 후보교체론이 현실화할 경우 대선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건 물론 그간 최고의 공격 포인트였던 '고령 논란'은 역으로 방어해야 할 최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디로 향할 지 모르는 미국 대선이 혼란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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