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각종 경제·안보 이슈 대립 속 우회로 EU에 강온 '수위 조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만난 차이룬 신임 EU 대사(좌) |
보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이스라엘 특사로 재직해온 차이룬이 EU 집행위원회의 아그레망(외교사절 파견에 대한 주재국의 동의) 절차를 거쳐 오는 9월부터 EU 대사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는 푸충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4개월 전 이임한 자리를 채우는 것이지만, EU의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 부과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중 강경노선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EU 외교 진용 재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차이 신임 대사는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이후 다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뒤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거쳐 9월부터 새 임기에 들어갈 '대중 강경파' 폰데어라이엔에게 맞서는 동시에 친화적인 관계를 맺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CMP는 차이 대사가 주미 중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과 포르투갈 대사 등을 역임한 미국·유럽통이라면서, 중국과 EU의 무역 분쟁은 물론 나토의 중국 압박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근래 EU와 여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지만, 미국이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대중 십자포화를 쏟아붓는 상황에서 우회로 격인 EU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향후 4개월간 잠정 상계관세율을 17.4∼37.6%로 결정했으며, 중국은 이에 맞서 EU의 태양광·풍력 관련 제품의 무역장벽 조사를 개시했으나 수위는 조절하는 양상이다. 분쟁의 핵심이라 할 전기차 부문이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EU 회원국들이 대거 가입한 나토가 지난 10일 창립 75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 '결정적인 조력자'라고 규정한 데 대해 중국은 "허위 정보"라고 반발하면서도 EU와의 관계 악화 가능성은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이 11일 브리핑에서 "나토는 어떤 증거도 없이 미국이 날조한 허위 정보를 지속 유포하면서 공공연히 중국-유럽 관계에 도발하고 중국-유럽 협력을 파괴한다"고 밝힌 데서도 EU에 대해 미국·나토와 '분리 대응'하려는 중국의 속내가 읽힌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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