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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에이비온이 이달 4일 “미국 정부부처와 호흡기바이러스 치료제 ABN101의 공동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ABN101은 이 회사가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이라고 합니다. 보도자료엔 “미국 정부부처와의 공동개발을 위해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테크워치포럼에도 참석해 효능을 발표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자료엔 회사 관계자가 “최근 미국 소재 전문평가기관 K사에 따르면 ABN101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7000억 원을 웃돈다”고 말했다는 것도 포함됐습니다.
상장사가 이런 류의 보도자료를 내는 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 주가를 띄워보려는 속셈이 깔려 있습니다. 회사에 좋은 일이 있을 것처럼 자료를 배포하는 것이죠. 실제 이날 에이비온의 거래량은 138만 주로, 1~3일 평균 거래량 대비 6배 증가했습니다. 주가도 9% 넘게 상승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개인 투자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일부 주주들이 종목토론방 등에서 이 보도자료의 맹점을 지적하고 나선 겁니다. 주가도 다음 날 3.54% 하락했고, 이후로도 부진해 다시 8000원대 중반으로 돌아왔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진짜로 미국 정부부처와 공동 개발할 것이라고 믿었다면 이렇게 하락 전환하지 않았겠죠.
위 보도자료를 한번 뜯어볼까요. 우선 막연히 미국 정부부처라고만 썼을 뿐, 정확히 어느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공동개발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추진하려고 한다’는 걸로 보도자료를 내는 건 너무 속 보인다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회사 측은 익명의 기관이 추산한 해당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7000억 원 이상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7000억 원이면 지난해 이 회사 연매출(13억 원)의 5만3000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회사가 5월 제출한 올해 1분기(1~3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ABN101은 2014년부터 연구개발 중으로, 아직 비임상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한 투자자는 이 보도자료를 속칭 ‘뻥카’라고 평했습니다. 회사 측에 문의해 봤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계약 상대방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어느 곳과 계약을 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부처가 어디인지에 대해선 이 약물이 군사적 용도에 적합해 미군 산하 연구소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약 체결 시기와 관련해선 “원숭이 대상 시험 데이터가 이미 나왔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엔 계약이 체결될 걸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임상시험 시기론 내년 하반기를 제시했습니다. 아직 조금 먼 얘기인 듯하네요.
영국 셰프 고든 램지가 2022년 11월 10일 서울 롯데월드몰의 고든램지버거 매장에서 버거를 들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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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가총액 290억 원 수준의 코스닥 기업 엔시트론은 ‘반도체 햄버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음향 반도체칩을 만들던 회사가 난데없이 영국 셰프 고든 램지의 버거를 팔겠다고 했기 때문인데요.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 진경산업으로부터 JK엔터프라이즈 지분 80%를 75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JK엔터프라이즈는 고든램지그룹과 한국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한국에선 2022년 1월 고든램지버거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엔시트론은 보도자료를 통해 “엔시트론은 300억 원 이상의 풍부한 유동성 자산을 활용해 F&B(식음료)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김옥상 JK엔터프라이즈 대표와 고든 램지에게 제시했으며, 이에 고든램지그룹도 JK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 변경과 향후 브랜드 확대 전략에 찬성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엔시트론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니 3월 말 기준 결손금이 531억 원에 달하네요. 엔시트론에 고든램지 프랜차이즈 사업을 넘긴 진경산업은 지난해 19억 원 순손실을 냈습니다. 엔시트론은 또 고든램지버거를 비롯해 고든램지그룹의 19개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론칭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얼마 전 서울숲 근처 고든램지스트리트피자 매장은 문을 닫았다는 내용은 빠졌네요.
주주들은 반도체 회사가 “F&B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결의를 보이자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든램지버거에서 가장 비싼 버거는 14만 원짜리입니다. 한 주주는 “버거 하나 사먹을 돈이면 엔시트론 주식 300주를 살 수 있다”면서도 “그게 좋은 일인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엔시트론 주가는 발표 전날 521원에서 7월 10일 485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개인 주식 투자자 1400만 명 시대입니다. 이제 얕은수는 안 통합니다.
김남희 기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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