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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 손 잡았는데, 불안한 동거 하겠네”...마크롱, 좌파 총리는 안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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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연합 NFP 제1당 올라
단일화 벽에 극우파 RN 3위


매일경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2차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지지자들이 공화국을 상징하는 마리안 동상 아래에 거대한 삼색기(프랑스 국기)를 걸고 삼색 연기를 피우며 승리를 기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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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 결선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제 1당이 됐다. 1차 투표에서 선두였던 극우 국민연합(RN)은 3위로 밀려났다. 참패가 예상됐던 집권 여당을 포함한 범여권은 2위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8일 프랑스 내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총선 결선에서 좌파 연합은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해 1당에 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168석을 얻어 2위였고, RN과 그 연대 세력은 143석에 그쳐 3위에 머물렀다. RN과 연대하지 않은 우파 공화당은 45석, 기타 우파 15석, 기타 좌파 13석, 기타 중도 정당 6석, 지역주의 세력 4석, 기타 정당 1석 등으로 최종 집계됐다.

총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NFP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72) LFI 대표는 총선 승리에서 본인의 지분이 크다고 주장하며 차기 총리로 내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NFP와 잠시 손을 잡았던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 성향의 LFI에서 총리를 선출할 수 없다며, 본인이 원하는 총리를 내세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와 중도 연합에 총선에서 패배한 마리 르펜 의원이 이끄는 RN은 “불명예스러운 동맹이 프랑스를 극좌의 품에 던졌다”고 비판했다.

한 달 전 급결성된 좌파연합 승리 주도한 멜랑숑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승리를 견인한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수십년간 프랑스 좌파의 간판 역할을 한 급진 사회주의자다. 총선 1위에 오른 NFP는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좌파 4개 정당이 뭉친 좌파 연합이다.

불과 한 달 전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NFP의 실질적인 리더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LFI가 74석을 얻어 59석을 차지한 사회당을 제치고 NFP 내 최대 단일 정당으로 부상해 멜랑숑 대표는 총선 승리에 큰 지분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CNN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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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숑 대표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RE) 연합 앙상블(ENS)과 손잡고 RN과 접전을 벌인 격전지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RN 후보들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지역구에서 좌파연합과 마크롱의 중도연합은 힘을 합쳐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들이 투표에서 탈락하도록 유도했다. 2차 투표를 포기한 후보들은 주로 좌파에서 나왔고, 이 중 상당수가 LFI 소속이었다고 프랑스 르몽드는 전했다.

메모나 프롬프터 없이 특유의 유머와 분노를 뒤섞은 화끈한 연설도 LFI의 선전에 기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했다. 과거 프랑스를 ‘부실하게 분배된 거대한 부를 가진 나라’로 규정한 바 있는 멜랑숑 대표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악마화하는 열정적인 연설로 유권자들을 사로잡는 포퓰리스트 웅변가로 유명하다.

멜랑숑 대표는 총선 결선 승리 직후 “NFP는 통치할 준비가 됐다.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진적 사회주의 성향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2017년, 202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좌파를 대표해 대통령 선거에 나섰으나 매번 고배를 마신 것도 이같은 약점 때문이다.

부친 이어 ‘공화당 전선’에 허찔린 르펜
1차 총선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극우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또다시 극우 세력의 집권 저지를 위해 정치 세력들이 이념을 초월해 하나로 연대하는 ‘공화국 전선’에 다시 한 번 굴복했다. 나치의 통치를 받은 뼈아픈 역사를 안고 있기에 프랑스인들은 극우의 부상을 극도로 경계한다.

르펜 의원은 자신을 공화국 전선의 일부로 여긴 200여 명의 후보들이 RN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총선 결선에서 자진 사퇴하는 것을 막지 못해 결국 패배했다고 영국 BBC는 분석했다. 르펜의 여동생 마리 캐를린도 멜랑숑 대표가 후보로 나선 엘리스 르부처에서 225표차로 패배하며 첫 의회 진출에 실패한 것도 ENS 소속 후보가 자진사퇴했기 때문었다.

르펜 의원은 패배가 확정된 뒤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다면 RN이 절대 과반이었을 것”이라며 “(극우의) 물결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펜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부친이자 원조 극우의 아이콘인 장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한 이후 또 다시 공화국 전선에 부딪치게 됐다.

하지만 RN 연대의 의석수는 2022년 총선 당시 89석에서 이번에 143석으로 크게 늘어났다. 1·2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과 범여권의 의석수에 비춰도 크게 밀리지 않는 규모다.

르펜 의원은 이날의 결과에 대해 “우리 승리는 늦춰졌을 뿐”이라며 “의석수를 늘렸으니 실망할 것 없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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