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6차 니어(NEAR)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에서 3개국 전문가들이 공개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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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제 전문가들이 8일 서울에 모여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세 나라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경쟁 등 지난 수년간 세계 안보정세가 변화해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 공통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온 3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원활한 다자무역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니어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에는 세 나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나서 3국이 당면한 경제적 과제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재개된 한·일·중 정상회의를 모멘텀으로 민간 분야에서도 관계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셈이다.
회의 첫 번째 세션에는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장옌성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선임연구위원, 이주인 아쓰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지만수 위원은 지난 5년간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과 주요국의 경제 체제 유지,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동북아시아 3국의 경제협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3국이 새로운 글로벌 경제 환경 아래에서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반도체·배터리 등 특정 전략적 품목에 대한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보다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될 때에도 자유무역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옌성 위원도 한·중·일 협력만이 세 나라가 세계 안보정세 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지금의 국제적 환경은 마치 1·2차 세계대전 당시와 닮아가고 있다"며 "전쟁 없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경제협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갈등 △강대국 간 경쟁 등을 동북아 지역 경제를 둘러싼 주요 리스크로 규정했다. 그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적 교류가 단절되며 경제협력에도 영향을 미쳤고 전쟁과 분쟁이 연속돼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대국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외 무역 비중이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이 진행되면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동북아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3국 경제협력을 안정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한·중·일 FTA가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동아시아에는 이미 세 나라가 참여하는 FTA 격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있다"며 "한·중·일 FTA는 이보다 더 높은 기준의 합의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중·일 FTA가 'RCEP 플러스' 수준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회자로 나선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서로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하는 것이 3국의 경제 번영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보건위기, 급격한 기후변화 위협 등으로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3국 간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린 교수를 비롯해 나카타니 겐 전 일본 방위상, 신각수 전 주일대사 등 세 나라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참석해 안보 분야에 대한 협력 필요성을 논의했다. 신 전 대사는 "퇴역 장성의 대화 플랫폼부터 시작해 3국 군 수뇌부 간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발적인 사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핫라인뿐 아니라 상시적 안보대화 채널도 만들어 낮은 수준의 신뢰 구축 조치부터 시작해 진전 정도에 따라 점차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카타니 전 방위상도 "세계는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의의 모멘텀을 활용해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안정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린 교수는 "중국과 동북아, 아태 지역 전체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서방 패권국의 중국에 대한 오해"라며 자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옹호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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