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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식 결정이 다음 달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 중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선택할 방위사업청 사업분과위원회 일정이 9일에서 18일로 변경되는가 싶더니, 이번 달을 넘기는 쪽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KDDX 기밀탈취 업체와 KDDX 건조 수의계약 하려던 방사청의 움직임에 일단 제동이 걸렸습니다. 지난달 말 시작된 KDDX 수의계약·경쟁입찰 논란은 숨을 고르며 재정비의 시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 약 한 달간 여러 중요한 일들이 동시에 굴러갑니다. 경찰 수사, 산자부의 방산업체 지정, 그리고 분분한 논쟁들… 각각의 동향과 추이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으로 치닫는 경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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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지난 5일 SBS에 "사업분과위를 이달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방사청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원래는 방사청 한국형구축함사업팀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결정하면 이를 이어받아 9일 방사청 사업분과위에서 의결하려고 했었습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사업분과위 개최는 9일에서 18일로, 또 18일에서 다음 달로 넘어간 것입니다.
그동안 경찰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방사청이 2019년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게 보안사고 벌점 조항을 개정함으로써 2020년 HD현대중공업의 KDDX 기본설계 수주를 도왔는지"입니다. 수사는 이달 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특수전 지원함과 특수침투정, 장보고-Ⅲ 잠수함 Batch-Ⅱ와 Batch-Ⅲ, 장보고-Ⅰ, KDDX 등의 기밀들을 훔쳤습니다. 이어 해당 기밀 관련 사업에 빠짐없이 참여했습니다. 4년 간 반복적으로 기밀을 탈취하고 수주를 노린 것입니다. 실제로 HD현중은 기밀 탈취 뒤 장보고-Ⅲ Batch-Ⅱ 개념설계 사업과 KDDX 기본설계 사업을 따냈습니다.
방첩사령부는 2019년 상반기 HD현중의 범행을 낱낱이 파악했지만 국방부와 방사청에 HD현중의 보안사고를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방사청은 2019년 9월 방첩사의 기밀유출 보안사고 통보에도 보안감점을 부여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2020년 9월 기밀탈취 사건이 언론 보도로 공개됐음에도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를 HD현중에 넘겼습니다. 게이트급 방산비리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그때의 방사청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경찰은 방사청의 행정에 여러 위법들이 유기적으로 엮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산자부는 방산업체 지정 중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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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산업자원부는 KDDX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HD현중과 한화오션이 KDDX 방산업체 후보로 올라가 있습니다. 산자부 장관은 방사청장과 협의해서 방산업체를 지정한다는 방위사업법 제35조 3항에 따른 절차입니다. 방사청의 한 소식통은 "산자부가 지금까지 두 차례 정도 방사청에 의견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사청은 산자부에 "알아서 판단하라"는 취지의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자부는 KDDX 방산업체로 두 업체 모두를 지정할 수도 있고, 한 업체만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한 업체만 지정하면 자동으로 HD현중 수의계약입니다. 두 업체가 지정되면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두 가지 가능성이 함께 열립니다. 제3의 길, 즉 방사청 사업분과위와 방위사업추진위에서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 중 하나를 선택하면 뒤이어 산자부가 업체 지정을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방사청과 산자부는 서로 눈치를 보며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HD현중 수의계약으로 갈 경우 기밀탈취 방산비리 사건이 정치적인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있습니다. 야당은 대통령실 고위 인사 출신이 HD현중 사외 이사로 영입된 점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경쟁입찰·수의계약 모두 합법
HD현대중공업의 KDDX 모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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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중 측에서는 "상세설계 사업자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한 적이 없어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설계를 안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하면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밀 훔치지 않았다면 HD현중이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을 수주했을지 의문이지만 기본설계 수행 업체 즉, HD현중만 참여하는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먼저, "경쟁입찰을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HD현중 측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방위사업관리규정 제89조에 따르면 필요한 경우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 경우가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상황은 기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수의계약이 필요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방사청의 책임 있는 당국자도 "별도의 규정 신설 없이 현재 규정으로도 경쟁입찰, 수의계약 모두 합법으로 인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은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했고, 기본설계는 HD현중이 했기 때문에 이미 이전 단계에서 두 업체가 모두 KDDX 사업에 참여했다"며 양사의 기술력을 인정했습니다. 한화오션은 개념설계 이후 'KDDX 첨단 함형 적용 연구', 'KDDX급 스마트 기술 및 무인체계 적용 연구' 등 KDDX 국책 연구과제도 독점 수행해 기초 체력이 만만치 않고, HD현중은 기본설계만 했지만 수상함 건조 실력이 탄탄한 편입니다. 백중세입니다. 따라서 한화오션의 상세설계가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는 HD현중의 우려가 현실화될지 불분명합니다. 또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는 제안서 평가와 지체상금 제도 등으로 해소됩니다.
방사청은 KDDX 개념설계 기밀을 훔친 HD현중의 범행을 알고도 HD현중에 KDDX 기본설계를 맡겼습니다. HD현중이 특수전 지원함, 특수침투정, 장보고-Ⅲ 잠수함 Batch-Ⅱ와 Batch-Ⅲ, 장보고-Ⅰ, KDDX 등의 기밀들을 훔친 뒤 별도 구매한 고가의 비인가 서버에 저장해 사용했지만 방사청은 "임원이 알 리 없었다"며 HD현중에 부정당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온갖 논란 속에서 수의 계약을 고집할지 방사청과 산자부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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