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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새 대통령 ‘개혁파’…‘하메네이 그늘’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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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6일 이란 남부 테헤란에서 마수드 페제슈키안(한가운데 왼손 들고 있는 이) 이란 대통령 당선자가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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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시험이 우리 앞에 놓였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이란 새 대통령에 당선된 유일한 온건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69)은 결선투표 다음날인 지난 6일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찾아 “목소리 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이 전했다.



당선 뒤 그는 조심스럽게 변화를 추구할 생각을 밝혔으나, 아야톨라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주요 결정권을 쥐고 있어 근본적 변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이란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열린 대선 결선투표에서 그가 54.7%를 득표해, 강경보수 후보 사에드 잘릴리 후보(44.3%)를 꺾었다. 임기 4년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에브라힘 라이시 당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 갑자기 열렸다. 그에 대해서는 애초 ‘들러리’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으나,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보수 성향 후보 3명을 모두 제치고 깜짝 1위를 하고 결선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그는 심장 전문의 출신으로 1997년 개혁 성향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정부에서 보건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하타미 정부였던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2008년 총선에 출마한 뒤부터 5선을 했다. 정치 경력은 길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며, 이란 대선 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헌법수호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유일한 개혁 성향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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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22년 9월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뒤 이란 사회를 들끓게 했던 히잡 반대 시위와 관련해 히잡 착용 단속 완화를 주장한다. 대외적으로는 서방과 관계 개선 추진으로 경제제재 완화를 이끌어내 이란 경제난을 해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청년과 여성의 표심을 공략했다. 이란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기준 37%에 이르며 그나마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는 당선 확정 뒤 “이란인들이 미국의 제재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축하 성명을 내 “당선자가 신에 대한 믿음과 함께 라이시 순교자의 길을 이어가는 밝은 지평을 기대할 것을 조언한다”고 밝혔다. 라이시 전 대통령의 노선을 기본적으로 이어가라고 밝힌 것이다. 이번 이란 대선 결선투표율은 49.8%로 50%에 미치지 못했다. 많은 유권자들이 대선을 통한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당선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등이 축전을 보냈다. 이란은 지난해 브릭스에 가입하는 등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은 그의 취임 뒤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에이피(AP) 통신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대선 후보들이 말했듯 이란의 정책은 최고지도자에 의해 결정된다”며 “이란의 근본적 변화나 국민 인권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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