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셔 '깜짝' 1위, 결선서도 이변 이어가
'개혁파' 페제시키안 대화 선호·유연성 주목
"대통령 권한 제한·강경파 장벽 탓 개혁에 한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테헤란 남부에 있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당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승리의 ‘V’ 손가락 포즈를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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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페제시키안이 강경 보수 성향의 ‘하메네이 충성파’ 사이드 잘릴리(59) 후보를 제치고 최종 승리했다. 1차 투표서 ‘깜짝’ 1위에 오른 그는 결선에서도 승기를 이어갔다. 이란에서 결선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가린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투표율은 1차 투표의 39.9%에서 약 10%포인트 오른 49.8%로 집계됐다. 득표율은 페제시키안이 54.8%, 잘릴리가 45.2%를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나뉜 보수파 표심은 잘릴리로 향했지만, 결선에 참여한 유권자 대부분은 개혁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심장외과의 출신인 페제시키안은 5선 마즐리스(의회) 의원이지만, 대선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무명에 가까웠다.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데에는 이란에 대한 서방의 압박·제재 가중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2022년 ‘히잡 시위’로 임계점을 넘은 통제적 사회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이란이 개입된 가자지구 전쟁과 이스라엘과 군사적 충돌, 2018년 미국이 파기한 핵 합의(JCPOA) 복원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 대선 결과(그래픽=김일환 기자) |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페제시키안의 승리는 미국과 외교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파기된 이란 핵 합의 복원 등 서방과의 협상 및 관계 개선을 주장했다. 대선 캠페인 중에는 이란 경제를 무너뜨린 서방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할 것을 제안했고, 히잡 단속 완화 등도 공약했다. 당선 이후 페제시키안은 국영 IRIB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뻗겠다”며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시는 성명에서 “페제시키안의 당선은 서방과의 협력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의지’를 보여준다”며 “핵 합의 부활 가능성은 낮지만, 외교가 허용된다면 미국과 이란이 추구할 수 있는 다른 합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신정일치 체제의 통치 구조상 이란에서 대통령 권한에는 한계가 있으며, 강력한 보수 강경파에 의해 대외정책 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전문가는 폴리티코에 “그에 대한 투표는 반드시 더 나은 것에 대한 희망 때문이 아니라 더 나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며 국내 및 외교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위한 노력과 관련해 “매우 실질적인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완화의 열쇠를 쥔 미국은 “이란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자국민의 인권을 더 존중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자국의 이익을 진전시킬 때 이란과 외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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