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도 고령화...20대 10%도 안돼

4대금융그룹 작년 ESG보고 분석

50대이상 직원 24.5% 지속 증가

30대미만은 9.78% ‘인력적체’ 심화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하며 인력구조 변화를 시도했지만, 은행권의 직원 고령화가 오히려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50대 이상 중·장년 직원 비중이 지속 상승하는 데 반해, 30대 미만 직원 비중은 채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돈 잔치’ 지적에 따른 희망퇴직 축소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같은 인력 적체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은행 직원, 4명 중 1명이 50대 이상=5일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그룹에 속한 임직원 중 50대 이상 임직원의 수는 2만1142명으로 2022년 말(2만666명)과 비교해 476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임직원 수는 8만6629명에서 8만6307명으로 322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50대 이상 임직원의 비중은 23.86%에서 24.5%로 0.64%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수치는 처음 집계된 2020년 말(22.3%)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2020년 말 10%였던 30대 미만 임직원의 비중은 ▷2021년 9.87% ▷2022년 9.84% ▷2023년 9.78% 등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금융그룹의 고령화 수준이 가장 높았다. KB금융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50대 이상 임직원 비중은 30.3%로 2년 새 3%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우리금융(23.6%), 신한금융(22.7%) 등 순이었다. 하나금융의 경우 50대 이상 임직원의 비중이 1년 새 20%에서 19.2%로 줄어,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이같은 은행권의 ‘항아리형’ 인력구조는 경영 효율화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고성장을 기록하던 당시 대규모로 채용했던 직원들이 40~50대에 접어들며, 인사적체 현상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부·차장 이상의 관리자급 직원 비중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각 사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직원의 연간 평균 보수는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중·장년 직원 비중이 가장 높았던 KB금융의 주 계열사인 국민은행 평균 임금이 1억1910만원으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희망퇴직 축소 움직임...“인력구조 부작용 심해질 것”=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꾸준히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인력구조 개선을 시도해 왔다. 5대 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2021년 2093명 ▷2022년 2357명 ▷2023년 2392명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희망퇴직자 수는 1496명으로 지난해(1729명)와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이는 은행들이 퇴직자에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알려지며, ‘제 식구 배불리기’를 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진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통해 성과보수체계 개선을 압박했다. 여기서는 희망퇴직금 세부내역을 공개하고,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은행권에서는 자체적으로 희망퇴직 조건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초 단행한 희망퇴직에서 최대 36개월치 평균 임금을 지급했으나, 올해 초에는 최대 31개월치로 보상안을 줄였다.

신한은행 또한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분을 퇴직금으로 내걸었다. 이는 월 평균 임금의 9~36개월분을 지급한 상반기 희망퇴직과 비교해 대폭 축소된 결과다.

은행권은 희망퇴직 축소 등으로 인해 향후 인력구조 해소에 더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급이라면 모르겠지만, 희망퇴직의 경우 향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라면서도 “희망퇴직 조건이 줄어들면, 신청자가 줄면서 인사 적체 등 인력구조에 따른 부작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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