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車보험 손해율 80% 육박
손보업계, 지자체·정부와 협업해 대응 시스템 가동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장마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올해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침수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계절성 집중호우로 인해 차량에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손해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미리 관리하려는 차원에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 이상일 확률은 80% 수준이다. 장마가 제일 먼저 시작하는 제주도의 경우 이미 지난달 하순 장마철에 들어서면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강수량(243.8㎜)을 기록했다. 지난주 장마가 시작된 서울·경기 지역은 이달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을 확률이 50%에 달한다.
최근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간한 발표한 '여름철 공동주택 차량침수 위험요인 및 예방대책'에 따르면 강수량이 많아질수록 침수차량도 증가하나, 전국 단위 강수량보다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강수량 추이와 더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에 하루 80㎜ 이상의 비가 내린 날이 많았던 해에 침수차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미 대형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DB·KB·메리츠 등 5대 손보사의 1~5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4%로 지난해 같은 기간(76.8%)보다 2.6%포인트 올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급한 보험금을 수입 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자동차보험은 사업운영비를 감안해 통상 손해율 80~82%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마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보험사들의 수지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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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들은 자체 시스템을 활용하고 정부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침수 위험 최소화를 위한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침수 위험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침수예방 비상팀'을 가동 중이다. 비상팀은 집중호우로 인한 긴급상황이 생기면 고객 동의를 받고 관공서와 함께 침수 위험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삼성화재는 저지대 등 상습침수지역 93개, 둔치 주차장 281개 등 전국 374여곳 이상 침수 예상 지역 목록을 최신화했고, 협력업체별 순찰 구역을 정해 수시로 확인한다.
KB손해보험은 침수차량 보상과 고장출동 서비스가 급증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혹서기 비상대응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복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세분화했다. KB손보는 기상정보를 수집해 대응 방안에 대한 인프라를 사전에 준비해 뒀으며, 재해지역 출동·사고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지자체와 연계해 정보를 공유한다. 피해차량을 충분히 주차할 수 있는 '비상캠프'도 마련한다.
올해는 이에 더해 금융당국도 자동차보험사, 보험개발원, 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지난달부터 '긴급대피 알림 시스템'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보험 가입 정보를 활용해 대피 안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침수와 2차 사고 위험차량이라면 보험사와 관계없이, 하이패스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제공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장마가 지나면 휴가철이라 차량 이동량이 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쑥 올라갈 것"이라며 "이미 손보사들이 정부의 '상생 금융' 압박에 보험료를 인하한 영향으로 올해 손해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라, 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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