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 바닥에 일부 노동자위원들이 찢은 투표용지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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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3월 돌봄서비스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올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여느 해보다 뜨거운 쟁점이었다.
경영계는 이 ‘바람’을 타고 2025년이 최저임금 적용 첫 해인 1988년 이후 37년 만에 업종별 차등 적용이 다시 이뤄지는 분기점이 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1일 업종별 차등 적용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부결’이었다. 노·사·공익위원 9명씩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였다.
표결 뒤 곧장 내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회의는 마무리됐다. 그 이유는 회의 직후 사용자위원들이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입장문에는 ‘일부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들이 표결 진행 과정에서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은 만큼 회의를 더 진행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임위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이인재 최임위원장이 해당 노동자위원들에게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사용자위원들은 3일 오는 4일 예정된 8차 전원회의 불참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이 표결을 끝까지 반대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새롭게 위촉한 공익위원 9명이 어떻게 투표를 할지 알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해 표결 시 부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인 만큼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표결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2016년 심의 때부터 지난해까지 표결 없이 정리된 적이 없었다. 민주노총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을 부결시킬 정교한 논리와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을 더 설득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합의를 거듭 호소하면서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는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익위원들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정서만 강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저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업종별 차등 적용을 ‘저지’시킨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차등 적용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 취지와 맞지 않으며 근거 데이터도 부족하다는 ‘사회적 상식’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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