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 구분적용' 표결과정 비판…"불법·비민주적 행태"
8차 전원회의 파행 불가피…내년 최저임금 액수 결정 더 늦어질 듯
최저임금위, '다른 시선' |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고미혜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오는 4일 열릴 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지난 2일 7차 회의 당시 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 행위'에 대한 반발로, 이에 따라 8차 회의는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3일 연합뉴스에 "7차 전원회의 당시 의사결정과정에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벌인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는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 본부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회의가 과연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 우리 사용자위원은 많은 회의감과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회의 정상화와 사태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바이며, 차기 회의는 항의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헌제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도 "사용자위원들이 이날 8차 회의 불참을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으로 이뤄진다.
찢겨진 최저임금위원회 투표용지 |
전날 열린 7차 전원회의에서는 경영계가 요구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놓고 표결이 이뤄졌는데, 일부 노동계 위원들이 표결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참석 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민주노총 추천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표결을 선언하려는 이인재 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거나, 배포 중이던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기도 했다.
혼란 속에 강행된 표결에서는 위원 27명 중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돼, 내년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게 됐다.
표결 후 사용자위원들이 이 같은 근로자위원들의 행동을 문제 삼으면서 전날 회의는 더 진행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후 사용자위원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근로자위원의 행태와 위원장의 미온적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며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도 회의 후 "위원장이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행위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이러한 행동이 재발될 경우에는 발언 제한, 퇴장 명령 등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적용 확대' |
사용자위원들이 모두 불참하면 4일 예정된 전원회의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법엔 회의 성립을 위한 정족수 규정이 따로 없어 회의가 열릴 수는 있지만, 의결을 위해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의 출석이 있어야 한다. 당장 의결사항이 없다고 해도 '반쪽' 회의라 정상 진행되긴 어렵다.
이미 늦어진 최저임금 심의 일정도 더 늦어지게 됐다.
내년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인 6월 말은 이미 지났고, 법정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준수하기 위한 행정 절차 등을 감안하면 이달 15일 전후로는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사용자위원들은 9일로 예정된 9차 회의부터는 복귀할 것으로 보여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 제시와 함께 최저임금 액수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천860원으로, 1만원 돌파까지는 140원만 남겨뒀다.
노동계는 물가 급등과 실질임금 하락 등을 고려해 시간당 1만2천600원 안팎을, 경영계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경영난을 고려해 '동결'을 최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gogo213@yna.co.kr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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