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전서 차량 7대 들이받고 뺑소니 후 38시간 뒤 경찰 출석
경찰, 직·간접 증거물 국과수 의뢰…"혈중알코올농도 최소 0.03% 이상 추정"
대전 정림동 한 아파트서 음주 운전 사고후 도주 |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대전에서 차량 7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뒤 38시간 뒤에 나타나 음주운전을 부인해왔던 운전자와 동승자가 결국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로 넘겨졌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A(50대·여)씨와 B(50대·남)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일 오전 2시께 서구 정림동 일대에서 술을 마시고 700m를 운전해서 한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7대를 들이받은 뒤 동승자인 B씨와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발생 38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4시께 경찰에 출석한 이들은 줄곧 음주운전을 부인해왔다.
경찰에 출석했을 당시 이들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검출되지 않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할 수 있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이들 일행이 2차 장소로 들른 치킨집에서 A씨가 맥주 500cc 2잔을 마시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고, A씨는 그제야 "맥주 2잔만 마셨다"고 시인했다.
대전서부경찰서 |
이들이 정황상 만취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경찰이 직접적으로 확보한 증거는 치킨집 CCTV 영상이 전부였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에 경찰은 직접 증거 외에도 영수증,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이들의 대화 내용 등 간접증거들을 모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분석을 의뢰했다.
블랙박스에는 혀가 꼬여 부정확하게 발음하거나 음주운전을 의심할만한 대화 내용들이 녹화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사고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가 최소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회신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A씨에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한 경찰은 동승자였던 B씨도 중간에 100m가량 운전한 사실을 파악하고 B씨에게도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정림동 일대에서 지인들과 1차 음식점, 2차 치킨집, 3차로 노래방을 들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김호중 사건'과 발생 시기와 음주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가 술이 깬 뒤 경찰서에 출석한 양상이 비슷해 대전판 김호중 사건으로 불렸다.
김호중 사건의 경우 경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음주운전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역추산 결과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음주운전 혐의를 빼고 기소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 증거 외에도 정황 증거를 최대한 모아 국과수로부터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받았다"면서 "김호중 사건과 달리 송치 이후에도 이들의 음주운전 혐의가 확실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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