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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튀르키예서 시리아 난민 향한 폭력 확산…정치 논쟁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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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난민을 겨냥한 폭력이 이틀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측은 계속된 폭력 사태에 일부 국경을 폐쇄했다.

2일(현지시간) 국영방송 TRT하베르 등은 튀르키예 중부 카이세리에서 현지 주민들이 연이틀 시리아 난민의 직장, 주택 등에 돌을 던지고 차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1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알레포 주 서부 이빈 사마안의 튀르키예군 관측소 근처에서 시리아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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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력 사태는 지난달 30일 카이세리의 시리아인 남성이 사촌 여동생인 7세 시리아인 어린이를 성추행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범행 소식에 분노한 주민들은 범인을 색출한다며 시리아 난민이 모여 사는 지역의 집과 가게를 급습했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했지만 주민들은 계속해서 집단 폭력을 행사했다.

카이세리에서 시작된 폭력은 안탈리아, 가지안테프, 하타이, 부르사 등지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 외곽까지 퍼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흥분한 시민들을 진압했고, 카이세리에서만 300여명을 체포했다.

알리 예를리카야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X)에 “카이세리에서 추악한 일이 발생한 이후 어제 일부 도시에서 시리아인 공격 행위가 있었다”며 폭력 혐의로 총 474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군이 주둔한 시리아 서북부의 튀르키예 군기지 앞에선 반대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튀르키예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 불을 지르고 거리에 걸린 튀르키예 국기를 찢으며 항의했다.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측 소식통을 인용해 튀르키예 측이 격해진 시위에 바브 알하와, 바브 알살람 등 주요 국경 검문소 일부를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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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외곽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튀르키예 반대 시위 도중 숨진 이의 시신이 든 관을 들고 행진 중이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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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난민 정책을 둘러싼 정치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폭력 사태를 ‘파괴 행위’라며 “외국인 혐오와 난민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는 건 무악하다”고 비판했다.

야당인 좋은당(IP)의 뮈사바트 데르비쇼을루 대표는 “카이세리에서 일어난 것 같은 상황을 방지하고자 정부에 여러 차례 경고했다”며 “난민 문제는 튀르키예 미래에 실존적 위협”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튀르키예에는 약 36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정식 등록돼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400만명에 이르는 등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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