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서 시리아 난민 겨냥한 집단폭력…항의 시위 맞불

2일(현지시각)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 아프린에서 튀르키예 반대 시위 도중 숨진 사람의 장례식에 모인 시리아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프린/EPA 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난민을 겨냥한 집단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시리아에서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자, 튀르키예군이 국경을 폐쇄했다.

폭력사태는 지난달 30일 저녁(현지시각) 튀르키예 중부 카이세리에서 비롯했다. 이날 시리아 남성이 7살 사촌 조카를 성폭행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지자 흥분한 현지 주민들이 시리아 난민의 집과 가게에 돌을 던지고 불을 놓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경찰이 출동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이들을 막아섰으나, 시리아 난민을 겨냥한 폭력사태는 하타이와 코니아, 가지안테프, 부르사, 이스탄불 등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소셜미디어에는 거리에서 시리아 난민으로 보이는 이들이 마구 폭행당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일부 난민이 다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알리 예를리카야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전국적으로 47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런 폭력사태에 대응해 시리아에서는 거센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시리아의 바시르 알아사드 정부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서북부 반군 점령 지역 몇몇 도시에선 시리아인들이 튀르키예 번호판이 달린 차량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며 거리에 걸린 튀르키예 국기를 찢고 항의하는 등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아프린에선 이곳에 주둔한 튀르키예군 병력과 무장 시위대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적어도 4명이 숨졌다.

사태가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지역으로 번지자 튀르키예군은 나중에 따로 통보할 때까지 밥알하와 국경통과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튀르키예 외교부 당국자는 “카이세리에서 일어난 슬픈 사건을 이용해 국경 너머에서 도발을 일으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테러리스트의 의도된 혼란조성으로 돌리고 배후를 철저히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일 내각 회의를 마친 뒤 연설을 통해 “누가 테러조직 잔당과 함께 장난질하는가 우리는 안다”며 “우리도, 시리아 형제들도 이 교활한 술책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인종주의적 파괴주의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난민 67만명 이상이 북부 시리아로 돌아갔다며 난민 문제는 튀르키예의 경제 실정에 맞게 인도적이고 도덕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와 외교관계를 끊고 반정부 세력을 지원해 왔다. 튀르키예에는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이 300만~400만명 정도 살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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