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5개월, 정부에 묻는다] 〈2〉 의대 부실교육 정말 걱정 없나“
기초의학 교수 등 지금도 겨우 충원… 정부 1000명 확충안 실현 어려워
내년 19곳 교수당 학생기준 초과… 단기 대폭 증원 해외도 전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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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선 원장 |
“정부 계획대로 2, 3년 내 교수와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충분한 지원이 없다면 비수도권 의대 상당수의 교육·수련 질 저하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전국 의대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안덕선 원장(연세대 의대 생리학과 교수)은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과 관계없이 평가는 지금까지처럼 엄격하게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의평원 인증을 못 받은 의대는 단계적으로 정원 감축, 모집정지, 졸업생 국가고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서남대가 의평원 인증을 못 받아 2018년 폐교된 바 있다.
● 충북대 등 “교육 질 하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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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원장은 특히 교육 질 하락이 우려되는 대학으로 “정원을 3, 4배로 늘린 대학”을 꼽았다. 정원을 가장 많이 늘린 충북대의 경우 내년 자율감축을 했음에도 신입생이 올해의 2.6배가 되고 2026학년도부터는 4.1배가 된다.
안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법정 기준인 ‘교수 1인당 8명’에 못 미쳐 의대 교육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정부 주장을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의평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국 의대 중 최소 3곳이 주요 임상과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8명을 초과했다. 내년도 1509명이 늘어날 경우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8명이 넘는 곳은 19곳이 된다. 주요 임상과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본과 3학년생이 필수로 실습해야 하는 7개 과목이다.
안 원장은 비수도권 대학 32곳 정원이 내년에 평균 67.6%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계획대로 필요한 교수를 확보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건 어렵다고 봤다. 의료계에 따르면 단기간에 이처럼 대폭 증원하는 건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의대 정원을 총 23% 늘린 바 있다. 영국은 현재 약 9500명인 의대 정원을 약 1만50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2031년까지 점진적으로 추진 중이다.
● 정부 “교수 1000명 충원”, 의료계 “불가능”
정부는 2월 말 현재 1286명인 지방 거점 국립대 교수를 2027년까지 2286명으로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9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선 정부의 교수 수급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의평원 평가 기준에 따르면 현재 각 의대는 기초의학 분야에서 최소 25명, 임상의학 분야에서 최소 85명의 전임교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특정 분야의 교수가 부족해 이 기준에 못 미치거나 간신히 충족하는 학교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국립대와 수도권 의대의 교수 충원 움직임이 지방 사립대의 구인난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안 원장도 “사립대가 증원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재원 조달 방안은 사학진흥재단에서 저리 대출을 받으라는 게 전부다.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 사립대 의대가 교육 질 저하를 막을 만큼 교수를 충원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시설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커대버(해부용 시신) 같은 경우 추가로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니 현재 6∼8명씩 조를 짜서 하는 커대버 실습을 30∼40명이 하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른바 ‘관광실습’이 부실한 의사를 양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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