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7차 전원회의…업종별 구분 적용 놓고 표결 시도될 듯
사측 "최저임금 유연화 분기점 되길" vs 노측 "표결 지켜보지만 않을 것"
입장하는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
(세종=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2일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할지를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평행선을 달렸다.
공익위원 측은 표결을 통해 이 문제를 결론 짓자는 입장이지만, 노사는 표결 자체에도 의견차를 보이며 쉽지 않은 논의를 예고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선 지난 5, 6차 회의에 이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둘러싼 노사 공방이 계속됐다. 경영계는 6차 회의 당시 한식·외국식·기타 간이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을 구분 적용 필요 업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들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으로) 경영 및 인력난, 지불능력이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 적용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저임금 노동자와 취약계층 생계 개선을 목적으로 본격적인 수준 논의에 돌입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헌법과 최저임금법을 훼손하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며 "이 차별 적용이 불확실한 표결로 결정되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을 통해 구분 적용에 대한 표결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 시행 및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가 오늘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간 일률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우리 최저임금이 조금이나마 유연화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구분 적용이 시급한 업종이 많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 활용 가능한 통계적 근거와 현실을 반영하여 우선적으로 선정한 업종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해서라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며 구분 적용이 은퇴 고령자, 경력단절 여성 등 노동시장 외부자들에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구분 적용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업종을 특정하는 데에선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행하는 것이고 업종의 수정·보완은 추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구분 적용 대상 업종과 일반 업종의 인상률 차이를 크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결정하면 노동계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이 이미 지났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안건 논의와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사간 이견이 없다면 합의가 최선이겠지만, 합의가 어렵다면 표결 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날 표결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일단락되면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후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간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분기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한 것은 민간 소비 기반의 내수였듯, 지금이라도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경제성장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상황에는 그간 누적된 최저임금 고율 인상과 일률적 적용이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 수준을 반드시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전원회의를 앞두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각각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거나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장외에서도 갈등을 이어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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