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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가교' 되겠다던 바이든, 팔순에 '재선 도전' 변심…굴욕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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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서 다음 세대 위한 '임시관리인' 자처했지만 당선후 입장 바꿔

불안하게 지켜보던 민주당원 분노 폭발…"트럼프 당선될 판"

연합뉴스

전용기에서 내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헤이거즈타운 AF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메릴랜드주 헤이거즈타운 공항에 도착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려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4.6.29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역대 최고령인 78세의 나이로 대통령직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3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난 나 자신을 가교(bridge) 외의 어떤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가 되면 젊고 유능한 신세대 정치인들에게 자리를 넘겨줄 일종의 '임시 관리인'이 되겠다며 고령으로 인한 논란을 불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2022년 11월 20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80세 생일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세대로 이어지는 그 '다리'가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꼬집었다.

같은 해 11월 8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대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을 뒤엎고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수성에 성공하는 등 선전하자 그 기세를 업고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튿날 기자들을 만나 "내 의도는 다시 출마한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같은 달 24일 매사추세츠주(州) 낸터킷섬에서 가족들과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내면서 재선 도전을 사실상 확정했다.

여기에는 가족들의 입김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특히 재선 출마를 지지했고, 차남 헌터와 손주들도 찬성했다고 당시 상황에 밝은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당 안팎에선 꾸준히 경고음이 울려왔다.

당시 WP와 ABC 방송이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범민주 세력에 속한 응답자의 무려 56%가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공화당원들 사이에선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와 헛발질, 혼란에 빠진 듯 보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유되고 있었다.

연합뉴스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웃음짓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정황보다는 본인의 '본능'과 가족의 '조언'에 더욱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고, 민주당 지도부도 그에 맞설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듯한 행보를 이어왔다고 WP는 지적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듬해 4월 25일 재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으나 이를 환영하는 민주당원이 전체의 47%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그가 과연 4년 더 임기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불안한 눈길로 추이를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이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맞대결에서 처참하게 무너지자 앞다퉈 '중도하차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CNN 주최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진행된 TV 토론에서 트럼프의 공세를 제대로 받아치지 못하는 것을 넘어 횡설수설하거나 생각이 끊기고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에 지지자들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다.

WP는 "심지어 일부 민주당원은 대선 완주란 그의 결정이 '일생을 다한 봉사'라기보다는 이기적 행위로 기억되지 않을지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민주당 내에서 의심과 불안이 발작적으로 터져나오게 한 것은 '부정직하고 반민주적 선동가'로 여기던 트럼프가 이젠 최소한 합리적인 수준의 승리 가능성을 갖게 된 듯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에 대한 책을 저술한 언론인 크리스 위플은 "그를 둘러싼 핵심 세력뿐 아니라 가족들도 대경실색했다. 도대체 뭐가 벌어진 건지, 이게 해결될 수 있는 건지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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