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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하차, 조국에 봉사하는 길”… 민주 내부서도 “설득 나서야” [美대선 ‘바이든 교체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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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완주의사… 후보교체 일축

美대선 토론서 ‘고령 리스크’ 부각

유권자 60% “민주, 후보 바꿔야”

‘토론 폭망’에 민주 위기감 증폭

해리스·뉴섬 등 대체 후보 거론

“자진 사퇴 땐 내달 전대 선출가능”

질 여사 “바이든은 젊지 않지만

진실 말하는 법 알아” 엄호 나서

바이든, 별장행… 가족과 계획 논의

트럼프, 버지니아서 ‘공세 고삐’

“바이든, 무슨 일 하는지도 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참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론이 확산하고 있다. 토론 내내 힘없는 쉰 목소리, 횡설수설한 답변, 멍한 표정 등으로 자신을 향한 ‘고령 리스크’에 기름을 들이부은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 의사를 밝히며 후보 교체론을 일축했지만, 민주당 내부와 민주당 지지층, 미국 주요 언론 등의 자진 사퇴 요구가 분출하면서 대선 레이스를 이어가는 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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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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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토론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28일, 미국 성인 2648명 대상) 결과,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후보가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응답자는 30%에 그쳤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도 같은 날 공개한 여론조사(28일, 미국 성인 2086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60%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교체되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토론 시청자 중 78%는 바이든 대통령이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토론 전 조사에선 64%였던 것이 14%포인트가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진심으로 내가 이 대통령직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후보 교체론을 일축했다. 그는 “나는 과거만큼 편안하게 걷지 못하고, 옛날만큼 술술 말하지 못하고,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미 주요 매체들은 민주당 대체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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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에 대한 당혹감이 위기감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선 후보 교체를 위해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당 지도부나 원로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온 한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움직임이 진짜 있다”며 “상·하원 원내대표 등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도록 하는 데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스(NYT)는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사설을 싣고,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시했다. NYT는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나이와 쇠약함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눈감아주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길 희망하는 건 너무 큰 도박”이라며 “트럼프 2기 집권에 맞서 명확하고 강력하며 에너지 넘치는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더 잘 갖춰진 (다른)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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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지원사격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 토론에서 참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운데)의 지원 유세를 뒤에서 바라보며 웃음 짓고 있다.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질 여사는 이날 ‘VOTE’(투표하라)라는 글씨가 뒤덮인 옷을 입고 남편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롤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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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CNN 등은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대선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할 경우 후보자 교체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포기하면 8월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은 자신이 선택한 후보에게 자유롭게 투표하는 ‘개방형 전당대회’가 치러질 수 있다고 NYT 등이 전했다.

대체 후보로 거론되는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방어에 집중했다. 그는 토론 이튿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전날 토론은) 이번 선거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지도자와의 대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썼다. 다만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 측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교체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지 못하는 데 실망감을 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선거유세를 이어가며 만회에 나섰다. 질 여사는 특히 ‘VOTE’(투표하라)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가득 적힌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질 여사는 유세에서 “조가 오늘 말했듯이, 그는 이제 젊은이가 아니다”라면서 “내 남편이 아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법이고, 그는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NBC 방송은 29일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늦게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향할 예정이라고 전하고 그가 이 곳에서 가족들과 일요일(30일)을 함께 보내면서 향후 계획을 논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토론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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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 쓰고 ‘의기양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TV 토론 다음 날인 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체서피크에서 그의 오랜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쓰인 빨간색 모자를 쓴 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체서피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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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열린 유세에서 “바보 같은 조 바이든은 한 주를 캠프데이비드에서 토론 준비를 위해 사용했는데, 너무나도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고 조롱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어젯밤 토론을 보고 바이든이 물러나야 된다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그들이 언급하는 어느 민주당 후보보다 여론 지지율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교체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개빈 뉴섬은 주지사로도 출마하기 어려운 인물이고, 카멀라 해리스는 아예 논외 인사”라며 “미셸 오바마도 거론하는데 그녀 역시 여론조사가 끔찍하다. 바보 같은 조가 제일 인기 있다”고 했다.

다만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 후보 교체론에 대해 “그들(민주당)은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다. 더 젊고, 활기 넘치고, 검증받은 사람을 데려올 것”이라며 “공화당원들은 앞으로 다가올 일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내각이 투표로 부통령에게 직무를 넘길 수 있도록 한 미국 헌법 25조를 활용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해임 요구를 하겠다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을 언급하며 “우리의 적들은 백악관에서의 취약점을 보고 있다”면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는 것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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