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시가 있는 월요일] 삶을 나르다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원문보기

[시가 있는 월요일] 삶을 나르다

속보
경찰 "쿠팡 제출 자료 분석…엄중 수사 방침"
나를 나른다. 잠시 여기로 나른다. 여기를 보여라. 내가 여기로 들어서도 여기는 나에게로 오지 않는다. (중략) 나는 부질없이 아침과 겨루고 저녁과 겨룬다. 나를 나른다. 여기로 나른다. 나는 단 한 번 여기를 보여라. 나는 기어이 여기를 앞지르고 만다. 그러나 또다시 여기가 내 앞에 있다. 결코 여기에 온 적이 없는 어떤 것이

- 이수명 '나를 나른다'

한 걸음 걸으면 다시 또 한 걸음 멀어지는 곳이 있다. 그래서 또 한 걸음 걷지만 다시 멀어지는 곳. 우리는 영원히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며 한 걸음씩 걷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는 평생 큰 바위를 산봉우리에 올려야 하는 영원의 형벌을 받았다. 우리도 모두, 결국 미끄러지고 말 운명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시시포스처럼 삶을 나르는 중이다. 가죽부대 같은 몸을 이끌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