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쿠데타 주도 장군 "대통령이 인기 높이기 위해 벌인 일" 주장
발언하는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남미 볼리비아 대통령이 '3시간 천하'로 막을 내린 군부 쿠데타의 배후에 자신이 있다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실패한 쿠데타 과정을 놓고 진실공방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전날 일어난 군부 쿠데타가 인기를 높이기 위한 자신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쿠데타 실패 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나는 국민의 피로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어떻게 자기 자신에 대한 쿠데타를 명령하거나 계획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라고 강조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수니가 장군이 조사를 받고 "사법 절차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아르세 대통령의 반박은 수니가 장군이 이번 쿠데타 시도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볼리비아에서는 군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하는 쿠데타 시도를 했으나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과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철수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대통령궁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했고 이 자리에서 철군을 요구했다. 이 장면은 현지 방송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수니가 장군은 같은 날 밤 체포돼 압송되기 전 현지 취재진에게 "최근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내게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매우 엉망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뭔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일부 볼리비아인들은 수니가의 주장을 믿는다고 AP는 전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수니가의 주장에 동조하며 이번 반란을 '셀프 쿠데타'라고 불렀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카를로스 로메오는 "수니가는 명령을 받은 대로 각본을 따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2005년부터 14년간 장기 집권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망명한 뒤 치러진 2020년 대선에서 사회주의운동(MAS)의 후보로 나서 승리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르세 정부가 출범한 뒤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지만 집권당 MAS의 대표로서 세를 불려나가는 상황에서 현직인 아르세 대통령과의 갈등이 깊어졌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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