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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유혈사태 부른 증세법안…케냐 대통령 "철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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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자회견에서 재정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AP=연합뉴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유혈사태를 촉발한 증세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케냐 국민의 커다란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나는 ‘재정법안 2024’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법안은) 이후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세금 인상이 아닌 지출 감축으로 당장 대통령실부터 앞장서겠다”라며 “의회와 법원, 지방정부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재정법안은 루토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는 이유를 담은 각서와 함께 의회로 송부되고 의회에서 철회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폐기된다.

케냐 국회는 전날 27억 달러(약 3조7570억원) 상당의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재정법을 통과시켰다. 생필품, 자동차, 모바일 송금 수수료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일제히 올리는 법안에 성난 국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의회에 난입했다.

전날 케냐 전역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주도한 시위에서는 경찰의 유혈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나이로비에서는 의회의 재정법안 가결 소식에 일부 시위대가 저지선을 뚫고 의회에 난입하자 경찰이 발포하며 20명 안팎의 사망자가 나왔다.

케냐인권위원회는 AFP 통신에 “나이로비에서 19명을 포함해 케냐 전역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2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케냐의사협회는 로이터 통신에 “나이로비에서 경찰 발포로 최소 23명이 숨지고 30명이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나이로비의 케냐타국립병원 관계자는 “부상자 160명을 치료 중”이라고 집계했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가 6명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의 폐기를 주장하던 시위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법안 철회 의사 표명에도 “희생자들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며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목요일에 만나요’라는 뜻의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섞은 해시태그(#tutanethursday)를 올리며 27일 전국적인 평화 행진을 예고했다.

루토 대통령은 전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조직적인 범죄자들에 의해 선량한 시민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권리가 침해됐다”며 “반역적인 안보 위협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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