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했지만 당내 재신임 기류
민주당 배분안 관철, '입법 독주' 이미지 우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사퇴의사 표명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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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이 빠진 7개 상임위원장을 받기로 했다. 개원 4주 만에 국회가 정상 궤도에 들어서게 됐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이제 국회는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됐다. 국회의장과 함께 법사위원장까지 입법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의 책임도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폭주 막기 위해"… 국힘, '국회 복귀' 결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의원총회 직후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며 "의석수 비율에 따른 7개 상임위원장을 맡아 민생입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7개 상임위원장 수용안을 의원들이 추인하면서 사실상 국회는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
국민의힘은 원내 2당 몫의 국회부의장과 상임위 중 △정무 △기획재정 △외교통일 △국방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정보 △여성가족위원장을 맡는다. 국민의힘은 이날 결정 직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27일 본회의에서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의 이날 결정은 다소 예상 밖이었다. 지난 10일 민주당 주도로 11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후, 국민의힘은 사실상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15개 자체 특위를 꾸려 민주당에 맞서 왔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계속 18개 상임위원장 독식 가능성을 압박했다.
백기를 들었다는 비판이 뻔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전격적으로 국회 복귀를 결정한 것은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지난 21일 법사위에서 진행된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청문회는 야당 의원들의 일방적 공세 속에 대통령실 외압 의혹에 접근하는 증언까지 나왔다. 여당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데 대한 부담이 컸다는 후문이다. 실제 추 원내대표는 이날 "11개 상임위가 무소불위로 민주당의 입맛대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나머지 7개 상임위 역시 정쟁으로만 이용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추 원내대표는 원내 복귀 결정과 동시에 의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당내에서도 더 버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만큼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날 국민의힘 3선 의원들은 긴급 회동을 통해 "누가 원내대표를 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재신임 결론을 내, 추 원내대표의 공백이 길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우 의장이 사회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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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운영위' 관철한 민주당… '입법 독주' 2020년 그림자
원 구성 협상에서 국민의힘이 물러서면서 이제 국회는 민주당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게 됐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했기 때문에 법안 처리에 거칠 게 없어졌다. 하지만 주도권을 쥐게 된 민주당이 여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 독주를 이어갈 경우 이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개원 때도 18개 상임위를 독식했던 민주당은 이듬해 4·7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 7개 상임위를 국민의힘에 내줬고, 결국 2년 뒤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패했던 경험이 있다.
일단 민주당은 예정된 상임위 일정을 모두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25일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관련 입법청문회를, 과방위와 교육위원회는 현안질의가 예정돼 있다. 영일만 유전 개발(산자위)과 북한 오물 풍선(외통위 및 국방위), 권익위원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종결(정무위) 등 국민의힘 몫 상임위에서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를 벼르고 있다.
부담이 커진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야당, 특히 민주당한테 말씀드리면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 준 의석이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은 정말 겸손한 태도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에게 크게 질책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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