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영화 흥행 전쟁 1라운드
‘하이재킹’ ‘핸섬 가이즈’ ‘탈주’
제작비 낮추고 상영시간 줄이고
재난‧코미디‧액션…골라보는 재미
영화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에서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며 벌어지는 극한 상황을 그렸다. 하정우가 공군 출신 여객기 부기장 태인, 여진구가 비행기 납치범 용대를 연기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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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이륙 후 1시간 5분 동안 벌어지는 일을 ‘리얼 타임’으로 그렸죠.”
여름영화 첫 타자로 21일 개봉한 ‘하이재킹’(감독 김성한) 주연 배우 하정우의 출사표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 실화를 그린 재난영화.
이어 26일은 배우 이성민‧이희준이 ‘추남’으로 변신한 오컬트 코미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 내달 3일은 이제훈‧구교환 주연의 탈북 북한군 추격극 ‘탈주’(감독 이종필)가 개봉한다. ‘핸섬가이즈’는 “코미디다운 큰 웃음”(남동협 감독), ‘탈주’는 “영화가 끝나고 아쉬워서 또 보러 들어가게 되는 영화”(이종필 감독)를 노렸다.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극장가 흥행전쟁의 1라운드 막이 올랐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12일 개봉)가 411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선두를 장악한 상황에서, 한국영화 3편이 박스오피스‧실시간 예매율 2~4위를 다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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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360도 공중회전 4D로…'하이재킹'
영화 '핸섬가이즈'는 전원 생활을 꿈꾸던 목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뜻밖에 악령이 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슬래셔 코미디다. 신인 남동협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진 N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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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은 최근 4D‧3D 특수상영관에서 주목받은 ‘탑건2’ ‘아바타2’ 등 비행 체험감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1971년 속초 공항발 서울행 여객기 납북 시도 사건을 충실한 고증으로 되살렸다. 기체가 360도 회전하는 장면은 실제 여객기 회전을 시뮬레이션해 실현 가능한 움직임을 짐벌(촬영 세트를 움직이는 기기)로 구현했다.
극중 여객기 납치범(여진구)의 사제폭탄을 몸으로 막아낸 부기장(하정우)은 당시 공군 출신 부기장과 수습 조종사를 합친 캐릭터다.
이북 실향민으로 알려진 납치범 캐릭터에 비극적 역사를 새겨 넣어 먹먹함은 커졌지만, 항공 재난 영화에서 기대할 만한 속도감, 결말의 쾌감은 줄었다. 통상 수요일 개봉 대신 금요일 개봉으로 주말 좌석 확보에 집중하는 '틈새 공략'을 노렸지만, 23일까지 첫 주말 누적 관객수는 49만명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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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2㎞'+'나홀로 집에'='핸섬가이즈'
영화 '탈주'의 치밀한 탈주병 역할을 위해 배우 이제훈은 "마른 장작 같은 몸매"까지 단련했다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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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가이즈’는 사전 시사에서 “컬트 블랙코미디 ‘시실리 2㎞’(2004)에 ‘나홀로 집에’(1990)를 합친 것 같다”는 호평이 터진 작품이다. 캐나다 코믹 호러 원작 ‘터커&데일 vs 이블’에 한국적 오컬트를 맛깔나게 결합했다.
심성 고운 목수 콤비(이성민·이희준)의 험상궂은 외모에 지레 겁먹은 이들의 사고사가 잇따르며 콤비가 곤경에 처한다. 물에 빠진 여대생(공승연)을 구해줬더니, 납치범으로 오인받고, 전원생활을 꿈꾸며 구매한 시골집은 악령 들린 폐가로 드러나는 식이다. 천만영화 ‘서울의 봄’의 이성민,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의 이희준이 진지한 이미지를 벗고 코믹 캐릭터로 변신했다.
정교하게 설계한 연쇄 사망 상황, 퇴마 장면이 코미디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웃음보를 터뜨린다. 박지환(‘범죄도시’ 시리즈), 이규형, 우현 등 주‧조연 배우가 아날로그 특수분장에 힘입어 고른 활약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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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구교환 탈북 추격 액션 '탈주'
영화 '탈주'에서 배우 구교환은 러시아 유학파 피아니스트 출신 군인으로 변신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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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는 10년 만기 제대를 앞두고 남한행을 결심한 북한 중사(이제훈)와, 그를 쫓는 보위부 소좌(구교환)의 추격전을 그렸다. 부모를 여의고 미래를 개척할 자유를 찾아나선 청년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군인이 된 피아니스트 청년의 거울 같은 운명을 비무장지대 풍광에 펼쳤다. 먼저 캐스팅된 이제훈의 열렬한 러브콜로 성사됐다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합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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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이 전작 드라마 ‘수사반장 1958’(MBC) 같은 치밀한 준비성, ‘모범택시’(SBS)처럼 지뢰밭도 뚫는 무모한 질주 본능을 발산한다면, 구교환은 유려한 피아노 연주, 매서운 사격 실력 등 기존 넷플릭스 드라마 ‘D.P.’ ‘기생수’ 속 이미지에서 180도 변신했다.
남한 캐릭터를 덜어낸 북한 위주 작품이지만,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에 남북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다.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2020), 웨이브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2023) 등의 이종필 감독이 첫 액션영화에 도전했다. 그는 “귀순 병사에 관한 사실적인 탈북기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 욕망을 한편의 악몽처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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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영화, 몸집과 러닝타임 모두 줄였다
지난해 여름 한국대작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밀수’ 등은 200억원대의 제작비, 2시간 넘는 상영시간 등 육중한 체급전을 벌였다. 그에 비해 올해는 7월 초까지 개봉작 중 ‘하이재킹’ 순제작비가 140억원으로 가장 높다. ‘탈주’가 80억원, ‘핸섬가이즈’가 49억원으로 예년보다 체급을 낮췄다.
상영시간도 94분 내내 질주하는 ‘탈주’를 비롯해 ‘하이재킹’ ‘핸섬가이즈’ 모두 100분 안팎이다. 숏폼 영상에 익숙한 관객들의 인내심을 굳이 시험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관람 전 입소문‧흥행상황을 꼼꼼히 따져보는 ‘계획적 관람’이 크게 늘어난 시장 상황에서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 장르 특색도 선명하게 내세우는 추세다.
7~8월 한국영화도 풍성하다. 배우 이선균의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내달 12일, ‘행복의 나라’가 8월 개봉 예정이다. 내달 31일엔 조정석 주연의 코미디 ‘파일럿’, 8월 14일엔 가수 겸 배우 혜리가 치어리더로 분한 1999년 배경의 ‘빅토리’가 개봉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한국이 싫어서’도 8월 개봉으로 알려졌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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