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간섭 논란 무릅쓰고 이례적 발언
“동거정부 들어서도 마크롱과 협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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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선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하원 해산 및 조기 선거 실시 결정에 따라 오는 30일(1차 투표)과 7월7일(결선투표) 총선을 치른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온다. 중도파인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는 RN은 물론 좌파 연대인 신인민전선(NFP)한테도 뒤져 3위에 머물고 있다.
RN은 과거 마린 르펜이 이끌었고 현재는 28세의 젊은 정치인 조르당 바르델라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숄츠 총리는 “르펜이 아닌 정당들이 성공하길 기대한다”라는 말로 극우파가 프랑스 의회를 장악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숄츠 총리 본인은 중도 좌파 성향의 독일 사회민주당(SPD) 소속이다. 다만 남의 나라 정치에 관해 논하며 특정 정당의 패배를 바라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자칫 내정간섭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노련한 숄츠 총리는 “물론 누가 프랑스 의회의 제1당이 될 것인가는 프랑스인들 스스로 결정할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총선 결과 프랑스 정부에 커다란 변동이 생기더라도 대통령이 바뀌는 것은 아닌 만큼 각종 국제회의 등에서 지금과 같이 마크롱 대통령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여 동거정부(cohabitation)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마크롱 대통령과의 우정에는 변화가 없으리란 뜻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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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5공화국 헌법은 이원집정제 정부 구조를 갖고 있어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행정부 수반인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다. 물론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지닌 여대야소 국면에선 대통령이 총리를 제치고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만큼 대통령제 국가와 비슷하게 운영된다. 그런데 여소야대가 되면 상황이 바뀐다.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권이 지지하는 인물이 총리가 되면서 여당 소속 대통령과 야당 소속 총리가 공존하는 동거정부가 탄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상징적·의례적 국가원수 역할만 할 뿐 실권은 총리가 행사하는 의원내각제와 비슷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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