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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 사용조건 바꿀 수 있다"…서방의 우크라 지원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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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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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조건을 정한 핵교리의 수정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불만을 품고 핵위협의 수위를 올리는 양상이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방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도전과 위협이 증가한다면 핵무기 사용 시기와 사용 결정과 관련해 핵교리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20년 6월 발표한 ‘러시아 핵억제 정책 기본 원칙’을 통해 적국의 재래식 무기가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경우 등에 방어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핵무기 실전 배치 확대를 검토하면서 러시아는 자국 핵무기를 서방 세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조건이 되지 않았다”면서도 “핵교리는 살아있는 도구이며 우리는 주변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 차관 역시 지난 18일(현지시간) “핵 교리에 설명된 상황의 몇 가지 매개변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핵교리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이에 대한 서방의 대응을 분석해보면 핵 교리에 설명된 상황에 적용되는 일부 매개변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핵위협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과 맞물려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벌이면서 전황이 악화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열세를 만회하려고 시도 중이다. 미국산 무기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 측 허가를 받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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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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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점령지 일부를 향해서는 이미 에이태큼스를 이용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에이태큼스 5발을 발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153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24일 오전 린 트레이시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초치해 이번 공격에 대해 항의했다.

크림반도의 경우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지역이어서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간주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에이태큼스의 모든 임무는 미국 자체 인공위성 정보를 토대로 미국 전문가들이 입력한다”며 “세바스토폴 민간인을 고의로 노린 이번 공격의 1차적인 책임은 무기를 공급한 미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4일 텔레그램을 통해 한국의 대러시아 제재 동참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한국이 새로운 '러-북 조약'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한국이 대러 제재를 경솔하게 고수한다면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과 관련해 "상호 안전보장 조항을 포함해 이를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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