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성수기 5월 물가 기준 상승세 기록…7~8월 성수기 되면 더욱 치솟을 전망
외식물가도 9.1% 뛰며 여행 수요 억눌러
# 서울 서초구 소재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32)는 올여름 휴가 기간 중 그냥 집에서 쉬기로 했다. 휴가철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즐겨 온 이씨가 방콕을 결정한 이유는 무섭게 오른 휴양지 물가 때문이다. 그는 "휴가 가서 돈 쓸 엄두가 안 난다. 집에 있는 게 돈 버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숙박비·외식비 등 여행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피서 대신 '방콕'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7~8월 성수기를 맞아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면 수요가 더 줄 수밖에 없어 관련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지난 2년간 호텔과 콘도, 펜션 등 숙박 가격이 크게 뛰면서 여행 욕구를 억누르고 있다. 지난달 호텔 물가는 2년 전 동월과 비교해 13.8%, 콘도 물가는 18.2% 급등했다. 펜션과 휴양림을 집계한 휴양시설 이용료도 2년 동안 7.5% 올랐다.
여름 휴가철이 도래하고 있어 호텔·콘도·펜션 등 숙박 시설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7~8월 동해안 숙소 예약가는 1박 기준 20만~40만원 수준이다.
여행지 식사 가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2년 전보다 9.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햄버거(13.4%), 피자(12.4%), 삼겹살(9.3%), 돼지갈비(10.2%) 등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패키지 여행 소매 가격을 집계해 계산한 국내단체여행비도 2년 사이 5.8% 올랐다. 2020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로 확대하면 4년간 29.3% 급등했다. 가계 실질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라 이 같은 물가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행업계도 가격 상승이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인건비와 원재료,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겹쳐 숙박비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지난해는 엔데믹 첫해라 여행 수요가 많았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관광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니 내수가 안 좋은 상황"이라며 "여행·관광은 탄력재라 내수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한 관광객 유치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내국인의 국내 관광을 활성화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 정책은 비성수기에 초점을 뒀는데 성수기에 내국인 여행 수요를 늘릴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주경제=권성진 기자 mark1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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