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미국이 뭐라해도'…바이든과 건배 베트남, 왜 푸틴과 만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한 답방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년 만에 베트남에 국빈 방문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푸틴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이하며 러시아와의 오랜 우호 관계를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고 실용을 강조하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가 우크라이나 전쟁 후 고립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이 된 셈이다.

머니투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 새벽(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총서기장의 국빈 초청에 따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은 건 다섯 번째이며, 국빈으로 방문한 건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쫑 서기장은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는 전화 통화를 하며 베트남에 초청했고, 이후 양측은 일정을 조율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대러 제재를 주도해 온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 외교의 장을 만들어준 베트남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하노이 주재 미국 대사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어떤 나라도 푸틴의 침략 전쟁을 홍보하고 그의 잔학 행위를 정상화하는 판을 깔아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수년 동안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을 견제할 역내 파트너로서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던 터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 중심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에 적극 투자해왔다. 지난해 9월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가 러시아·베트남 관계와 같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기도 했다. 베트남에 공을 들이는 건 미국과 갈등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중국은 베트남이 미국의 우방이 되는 걸 경계한다. 바이든 대통령 방문 석 달 만인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11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하노이 주석 궁에서 열린 오찬서 보 반 트엉 국가 주석과 건배를 하고 있다. 2023.9.12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 외교 노선을 간단 방침이다. 베트남은 정부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베트남이 독립, 자립, 다변화, 다자주의 정신으로 외교 정책을 적극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비동맹을 표방하는 베트남의 외교 정책은 유연하면서도 탄탄한 대나무에 견줘 '대나무 외교'로 불린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할 때도 베트남은 중립을 취한 바 있다.

양국은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무역과 경제,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 제재를 우회해 베트남이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가 베트남에 주요 무기를 제공할 여력이 없단 시각이 맞선다. 러시아 외교정책 분석가 니콜라 미코비치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군사적 동기가 아니라 경제 협력"이라며 "러시아는 지난 2년 동안 모든 주요 비서방 플레이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앙 비엣 호치민법과대학 교수 역시 "베트남과 러시아는 무기, 석유, 가스 등 여러 거래를 체결하겠지만 이는 전통적인 거래일 것"이라며 서방의 우려를 살 만한 거래는 없을 것으로 봤다.

머니투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팜 민 친 베트남 총리가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3.12.13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으로선 우크라이나 전쟁 후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주요국이 구애하는 베트남으로부터 충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되리란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국제적 왕따'인 북한으로부터 충성을 약속받는 것과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단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 안보센터의 알렉산더 부빙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베트남을 잇달아 방문한 건 베트남 역시 북한 못지않은 러시아의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많은 우호국이 러시아에 충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평했다.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 베트남 등과 연대해 전체주의 진영을 활용하는 외교 전략으로 나아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으로선 러시아와 밀착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모두를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베트남은 여전히 미국을 이념적 적으로 간주하며 중국과는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다. 러시아는 베트남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며 지금까지 베트남과 어떤 분쟁이나 갈등을 겪은 적이 없다. 베트남이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고 시추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게 러시아 국영기업들이다. 또 푸틴 대통령은 1980년대 이후 소홀해진 러시아와 베트남과의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칼 테이어 명예교수는 "베트남은 러시아가 중·러 관계를 위해 베트남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