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여야 당수토론…'비자금 스캔들' 방지 정치자금법 공방
야당 '내각 불신임안' 제출도 검토…자민당은 부결 방침
일본 기시다(오른쪽) 총리와 이즈미 입헌민주당 대표 |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9일 야당의 중의원(하원) 해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이날 3년 만에 국회에서 열린 당수토론(黨首討論)에서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마련해 이날 국회에서 통과시킨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해 국민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는 "경제를 비롯해 다양한 과제에 결과를 내는 데 전념해야 한다"면서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중의원 해산은 총리 전권 사항으로, 총리는 이를 활용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지난해 연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이후 반년 넘게 '퇴진 위기' 수준인 10∼20%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실시할 경우 오히려 자민당이 대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해산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지난 4월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데 이어 지난달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졌다.
이즈미 대표는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이 이날 야당 반대에도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통과된 데 대해 "국민은 전혀 납득하고 있지 않다"며 "무리하게 통과시킨 것은 정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정책 활동비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얻기 위해 이중삼중 장치로 제도를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입헌민주당은 이날 당수토론 결과를 검토한 뒤 기시다 내각 불신임안을 이르면 20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자민당은 내각 불신임안이 제출되면 부결시킬 방침이다.
다른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도 토론에서 정치자금규정법을 문제 삼으며 기시다 총리에게 내각이 총사퇴하고 총리도 교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유신회는 정치자금규정법과 관련해 국회의원에게 매달 100만엔(약 870만원)씩 주는 조사연구홍보체재비 개혁을 둘러싸고 자민당과 갈등을 빚은 뒤 전날 기시다 총리에 대한 문책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했다.
개정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에서 판매하는 파티권 구매자 공개 기준을 낮추는 내용 등은 들어있으나 입헌민주당이 주장한 정책 활동비 폐지와 기업·단체 헌금 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당수토론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절인 2021년 6월 이후 약 3년 만에 열린 것으로 기시다 정권 들어서는 처음 개최됐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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