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상은씨의 어머니 강선이씨가 16일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이 마련된 서울 중구 부림빌딩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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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이는 여전히 그 나이에 머물 테니, 청년들과 함께하고 싶었거든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상은씨 어머니 강선이씨(54)에게 6월은 특별한 달이다. 6월29일은 1997년에 태어난 딸 이씨의 생일이고, 그보다 하루 앞선 6월28일은 참사를 기억해달라며 청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임시 기억·소통공간이 새로 설치된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서 16일 만난 강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년들에게 ‘청년밥상문간’에서 무료 식사를 대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년밥상문간은 식사비가 부담스러운 청년들을 위해 김치찌개 1인분을 3000원에 파는 식당으로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후원을 받아 운영된다. 서울과 제주에 매장이 총 5곳 있다.
강씨는 “지난해 상은이가 떠난 후 처음 맞는 상은이 생일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중에 친구의 제안으로 식사 나눔을 하게 됐다”며 “청년밥상문간이 어려운 청년들을 돕는다고 취지로 운영됐고, 본점이 상은이가 자주 봉사활동을 했던 정릉에 있어서 장소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은이가 살아있더라면 생일에 친구들과 함께 지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걸 대신하는 방법이 식사나눔이라고도 생각했다”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강씨와 남편, 동생과 친구가 식당을 찾아 손님 159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159명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숫자다. 손님들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와 진상 규명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해달라고도 했다. 강씨는 “청년들을 위한 행사였지만 제 나이 또래 사람들도 식사하러 많이 찾아왔다”며 “손님들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이야기하면 거부하실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는데, 안타까워해 주셔서 따뜻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장소를 이화여대점으로 옮기고, 오는 28일 식당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다. 강씨는 “지난해에는 상은이와 참사 희생자에 대한 마음이 컸다면, 이번에는 상은이 또래 청년들과 더 많이 같이하자는 취지로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당에는 이상은씨에게 남기는 글을 적을 수 있게 웹카드에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청년식당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미 QR코드가 공개됐다. 강씨는 “상은이를 기억하고, 또 참사 희생자를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언제까지 식사 나눔을 계속할지 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저희도 힘 닿는 데까지는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1년 전 식사나눔을 하면서 바랐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달 2일 국회를 통과됐다. 이날까지 서울시와의 갈등 속에 서울광장에 차려졌던 이태원 희생자 분향소가 새 자리를 찾은 것도 특별법 통과 덕이 컸다. 하지만 강씨는 “2년 넘게 정치권에다 ‘만나달라’고 요청했는데 잘 안 되다가 여야 합의로 극적으로 법이 제정된 걸 봤다”며 “원했던 법이 제정된 것은 좋지만, 정치권의 합의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허탈했다.‘우리가 원하는 진상규명을 정말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것들을 왜 우리(유가족)가 주장해서 얻어내야 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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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상문간 인스타그램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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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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