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있는 온세미 본사 전경./온세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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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 반도체 업체 온세미가 전 세계 직원 1000여명을 감원한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고객사의 과잉 재고로 전력 반도체 수요가 부진한 영향이다.
온세미가 13일(현지시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직원 약 1000명을 해고하고 전 세계 9개 작업장을 통합해 직원 300여명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작년 1900여명을 해고한 후 또 한 차례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이다. 작년 말 기준 온세미의 정규직 직원 수는 약 3만명이다. 온세미는 전기차 구동 장치와 카메라, 센서 같은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제조한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부천에 전력 반도체용 실리콘카바이드(SiC) 제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앞서 온세미는 2025년까지 부천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새 제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위축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약화하면서 온세미의 경영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1641만2000대로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작년 성장률(33.5%)보다 16.9%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역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보조금 폐지 여파로 올해 성장률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 자체도 줄어든 데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자체 전기차용 칩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온세미가 받는 타격이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분석 결과,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에 탑재된 구동장치 반도체 가운데 36%가량이 중국산이었다.
온세미는 인건비 절감 비용 대부분을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온세미가 예상한 올해와 내년 사이 구조조정 비용은 6500만~8000만달러(약 900억~1100억원) 수준이다. 온세미는 신고서에서 “줄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래 사업 계획에 다시 투자할 예정으로, 이번 조치가 회사의 운영비용을 크게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 2분기 온세미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 전망이다. 온세미가 예상한 2분기 매출은 16억8000만~17억8000만달러(약 2조3000억~2조4500억원), 예상 주당 순이익은 0.86~0.98달러다. 하산 엘 코우리 온세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온세미는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지난 3년간 사업에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해 왔다”며 ”현재 환경에서 온세미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온세미 주가는 8.8% 하락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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