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잔류에 성공한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연봉의 25%가 삭감될 전망이다.
글로벌 매체 '스포츠바이블'은 12일(한국시간) "에릭 텐 하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남을 것이지만 다음 시즌에 급여를 대폭 삭감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2022년 여름 맨유와 3년 계약을 맺으면서 2025년 6월까지 팀을 지휘하기로 약속한 텐 하흐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인해 2023-24시즌 종료 후 경질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텐 하흐 감독의 데뷔 시즌은 인상적이었다. 텐 하흐 감독 밑에서 맨유는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3위를 차지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었고, 카라바오컵에서 우승하면서 6년 만에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FA컵도 결승전에 올라갔지만 맨체스터 시티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2년 차는 정반대였다. 텐 하흐 감독은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순위가 크게 추락해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텐 하흐 감독은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을 연달아 작성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대회에서 총 85골을 실점해 허용해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맨유의 단일 시즌 최다 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또 시즌 개막 후 리그 38경기에서 14패를 거둬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일 시즌 리그 최다패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의 맨유 단일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패는 12패(2013-2014, 2021-2022시즌)였다.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기에 많은 이들이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예상했으나 FA컵 우승이 그의 미래를 바꿨다. 맨유는 지난달 25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선제골과 코비 마이누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반 30분 가르나초가 맨시티 수비진의 소통 오류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맨유에 리드를 안겼다. 이후 전반 39분 맨유의 완벽한 패스 전개를 마이누가 마무리 지으면서 맨유는 전반전을 2-0으로 마쳤다.
패배에 몰린 맨시티는 총공세를 펼쳤지만 맨유를 맨시티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냈다. 후반 42분 제레미 도쿠에게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동점까지 내주지 않으면서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맨시티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맨유는 설욕에 성공하면서 통산 13번째 FA컵 우승을 달성했다.
맨시티는 8위로 시즌을 마감한 맨유와 달리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으로 등극했기에 많은 팬들이 맨유의 FA컵 우승에 깜짝 놀랐다.
텐 하흐 감독이 예상을 깨고 맨시티를 꺾어 FA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전설적인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013년에 은퇴한 후 맨유 역대 지도자들 중 2년 연속 트로피를 들어 올린 사람은 텐 하흐 감독이 유일하다.
당초 FA컵 결승전이 끝나면 곧바로 경질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맨유 수뇌부는 예상과 달리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긴 회의에 들어갔고, 텐 하흐 감독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쪽으로 결정을 굳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에릭 텐 하흐는 클럽 이사회의 시즌 후 검토 끝에 맨유의 감독직을 유지하게 된다"며 "현재 그들은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계약 연장에 관해 텐 하흐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텐 하흐 감독의 유임 사실을 알렸다.
맨유는 텐 하흐 감독과 다음 시즌을 함께 가는 것에 더불어 연장 계약을 제안할 생각이다. 텐 하흐 감독과 맨유의 계약은 다음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맨유는 3년 계약 연장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맨유는 이미 텐 하흐와 새로운 계약에 대한 초기 대화를 시작했다"며 "새로운 계약에 합의하기 위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며 여름 이적 기간 계획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맨유가 연장 계약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텐 하흐 감독은 FA컵 우승으로 해고 위기를 피했지만 4위권 이내로 시즌을 마치지 못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한 대가를 치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스포츠바이블은 "에릭 텐 하흐는 클럽의 검토 끝에 맨유 감독으로 남을 예정이지만, 그가 예상대로 맨유 감독직을 계속 맡을 경우 상당한 급여 삭감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SPN을 인용한 매체는 "텐 하흐 감독은 맨유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다음 시즌 급여의 25%가 삭감될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맨유의 많은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텐 하흐도 팀의 성과에 따라 변경되는 인센티브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FA컵 우승으로 맨유는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확보했지만, 유럽 최고의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기에 텐 하흐의 연봉은 900만 파운드(약 158억원)에서 675만 파운드(약 118억원)로 줄어들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급여는 삭감되지만 맨유는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한 만큼 이번 여름 텐 하흐 감독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영국 '풋볼 인사이더'는 1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에릭 텐 하흐에게 여름 예산으로 1억 4000만 파운드(약 2460억원) 후원할 계획"이라며 "맨유는 그의 팀을 재건하기 위해 1억 4000만 파운드의 자금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라고 전했다.
예산은 달라질 수 있으나 크게 변동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예산은 여름 이적 기간에 제이든 산초, 메이슨 그린우드, 카세미루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변동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이적 예산을 거머쥐게 된 텐 하흐 감독은 현재 방출 명단에 오른 옛 제자 마테이스 더리흐트(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팀에 새로운 전력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을 물색 중이다. 기회를 받은 텐 하흐 감독이 다음 시즌 맨유를 4위권 이내에 올리거나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으면서 연봉과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