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1400억 과징금 파장
공정위, 쿠팡 PB상품 우대에 제재
대형마트 ‘골든존’에 PB상품 배치
쿠팡 “상품진열 문제 삼은 것” 반발
로켓배송 판촉 방식도 문제 삼아
“공정위서 역차별 논란 자초” 평가
쿠팡, 투자계획 차질 불가피 전망
PB상품 규제로 물가 상승 우려도
이날 쿠팡은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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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자사 뉴스룸에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고객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공정위의 이번 제재에는 글로벌 인기 브랜드인 애플 아이폰과 애플워치, 삼성 갤럭시 신제품은 물론 티셔츠 같은 계절성 상품, 인기 화장품 브랜드가 모두 포함됐다. 공정위 제재대로라면 앞으로 쿠팡에서 애플이나 삼성 상품 추천이 어려워 구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과징금을 쿠팡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상품 진열’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품 추천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상품 진열과 다름없다는 의미다.
특히 PB상품을 좋은 길목에 놓고 판촉하는 대형마트 등과 비교했을 때 이번 제재는 ‘역차별’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대형마트는 소비자 노출이 높은 입구, 계산대 근처 등 이른바 ‘골든존’에 PB 상품을 배치한다. 유통업계는 이를 통해 매출이 최소 30%에서 최대 4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선희 성균관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마트에 가면 입구 쪽 매대에 PB상품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고, 소비자들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는다”며 “오프라인 대형마트 등과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데다 글로벌 시장 규제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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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호 숭실대(경영학부) 교수도 “공정위가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전반적인 투자 계획 차질도 불가피해 보인다. 유통업은 상품 추천을 거쳐 고객 구매, 배송으로 비즈니스 흐름이 이어지는데 상품 추천이 막히게 되면 앞으로 로켓배송과 쿠팡 랭킹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현저히 줄어들고 이는 투자 축소를 낳는다.
쿠팡은 2027년까지 전 국민 5000만명 무료배송 서비스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북 김천과 충북 체천 등 전국 8곳에 신규 물류센터 착공과 운영에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과도한 과징금도 투자를 막는 요인 중 하나다. 1400억원은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한 국내 500대 기업의 과징금 전체 금액 2248억원의 62%에 달하는 규모다. 기업 단독행위 사건(담합 사건 제외)에서도 퀄컴(2017년·1조314억원), 2위 구글(2021년·2249억원), 삼성(2021년·2349억원), 퀄컴(2009년·2245억원) 등에 이은 5위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주) 및 씨피엘비(주)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 및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 및 씨피엘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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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방파제’라 불리는 PB상품에 대한 규제가 자칫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공정위는 쿠팡 같은 사례가 다른 유통업체에 있으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동안 직매입과 PB상품을 우선 노출해온 업계도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부) 교수는 “판매 증대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은 유통업체들의 핵심 역량으로 당국이 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는 고유의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야 경쟁할 수 있는데 정부의 보편적 기준을 따라야 한다면 기업 간 경쟁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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