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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EU '최고 48% 車관세'에 … 中, 27개국 맞춤 보복카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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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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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자동차 관세 전쟁'이 40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중국은 즉각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다만 강경 일변도인 미국과 달리 EU는 회원국 상황에 따라 입장 차가 있는 만큼 중국은 '각개격파'로 문제 해결에 나설 태세다.

40여 년 전 값싸고 품질 좋은 일본 차가 미국 시장에 침투하자,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일본 자동차 업계는 '자발적 수출 제한 제도'라는 이름의 수출 할당제를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조치로 60% 관세율을 부과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12일(현지시간)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 관세에 더해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BMW는 "추가 관세는 잘못된 방향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기업과 유럽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수입 관세 도입 등 보호주의 조치는 국제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 독일 차에 비해 열위에 있는 프랑스와 스페인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페인 자동차제조업협회(ANFAC)는 "국제법에 맞고 평등한 조건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한 시장 자유 경쟁을 옹호하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해야 한다"면서 "스페인은 전기차 생산 제조를 장려하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강력한 산업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맞대응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전문가를 인용해 "EU의 추가 관세 부과를 두고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권리를 갖고 있고, 중국 기업의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카드는 유럽산 자동차에 맞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EU의 추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산 대형(2500㏄ 이상) 자동차 관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15% 수준인 관세를 25%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유럽산 대형 자동차는 25만대로 전체 수입 물량의 30% 이상에 달한다.

자동차발 관세 전쟁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농업, 항공, 대형 엔진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코냑 생산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유럽에서 수입한 브랜디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프랑스 코냑이다. 유럽산 돼지고기와 명품도 보복 관세 타깃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EU에 대해서는 보복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올 하반기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해야 시행이 확정되는 만큼 중국이 보복 조치를 우려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무역 마찰을 적절히 처리하고, 중국과 EU의 상호 신뢰 및 협력을 훼손하는 일을 피하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의 관세 부과에 '이성을 잃었다' '미친 듯한 탄압'이라고 대응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있다.

[김덕식 기자 /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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