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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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보조금 조사를 개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려는 계획을 중국 당국과 대상 업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0%다. 이날 발표된 상계관세율은 기존 관세에 추가로 적용된다고 집행위 고위 당국자는 설명했다.
인상된 관세율은 조사 협조 여부, 제조업체에 따라 다르다.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에는 각각 17.4%포인트, 20%포인트, 38.1%포인트의 추가 관세율을 별도로 정했다. 조사에 협조한 중국 전기차 업체엔 평균 21%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적으로 31%(10%+21%)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전기차 업체에는 일괄적으로 38.1%포인트의 관세율을 더 부과할 계획이다. SAIC와 ‘비협조적’ 업체의 경우 관세율이 48.1%(10%+38.1%)로 오르는 셈이다.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공급망이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는 EU의 BEV 생산업체에 경제적 피해 위협을 초래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는 예비 결론에 해당하는 만큼 일단 임시로 관세를 적용하되 실제 징수는 확정 관세가 부과되는 시점부터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U의 조치는 유럽 내 중국 전기차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EU의 중국 전기차 수입액은 2020년 16억 달러(약 2조2032억원)에서 지난해 115억 달러(약 15조8355억원)로 급증했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EU에서 팔린 전기차의 19.5%가 중국산이었다”며 “올해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25%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4대 중 1대가 중국산이란 의미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의 한 전시장에 전시된 중국산 전기차. 중국은 지난해 친환경차를 949만5000대를 팔아 4년 연속으로 친환경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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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중국 자동차 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싱크탱크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EU가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전기차 수입 물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EU의 추가 관세 부과 논의는 지난해 연말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전기차에 위기감을 느낀 EU는 지난해 10월 “중국이 자국 전기차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유럽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녹색 에너지 전환에서 전기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며 중국을 견제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EU가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유럽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고, 5월에는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포름알데히드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중국이 유럽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는 15%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철강노조(USW) 등 연관 산업 노조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범용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최대 4배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에 서명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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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이유로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25%→10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 8일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자동차에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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