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 시대 값싼 멸균우유 인기…수입량 3년새 3.3배 증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국산 우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멸균우유가 진열돼 있다. 2024.06.10 [서울=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물가 속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우유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소비 인구가 크게 줄어들어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강력한 대체제마저 등장한 것이다.

1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 소비량은 430만8350t으로 2022년(441만490t)보다 약 2% 줄었다. 연간 우유 소비량은 2021년(444만8459t) 최고치에 이른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 우유업계에서는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우유 소비 인구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량은 증가세다. 이날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7361t으로 2022년(3만1386t)보다 약 19% 늘었다. 2020년 1만1413t에 불과했던 멸균우유 수입량은 매년 증가해 3년 만에 3.3배로 증가했다.

수입 멸균우유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수입 멸균우유 중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폴란드산 멸균우유 ‘믈레코비타 3.5%(1L)’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1900원(100mL당 190원)으로 같은 용량 국내산 흰 우유인 ‘서울우유 나100%’(100mL당 297원)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서울우유 멸균우유’(100mL당 352원)과 비교하면 더욱 저렴하다.

1년 정도로 긴 유통기한으로 보관하기 쉽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이에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우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카페나 제과점 등에서도 수입 멸균우유 사용량이 늘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32)는 “수입 멸균우유는 인터넷 구매 시 12개에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라며 “맛과 영양에도 국산 우유랑 큰 차이를 못 느껴서 대량으로 쟁여둔 채 라떼를 만들어 먹곤 한다”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내 우유 제조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2026년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유럽산 우유, 치즈 등에 대한 관세율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행 11~13%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줄어 2026년 이후에는 0%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국내 원유를 의무로 구매해야 하는 쿼터가 있다 보니 수입 원유를 더 들여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수입에 관세까지 사라진다면 국산 우유는 가격 경쟁력을 크게 잃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산 우윳값은 올해도 오를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 달간 낙농계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가 우유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 나선다. 소위원회의 가격 결정에 따른 영향은 올해 8월부터 적용되는데 협상 기간에 따라 적용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첫 회의는 6월에 열렸으나 이견이 있어 7월 말에 협상이 종료됐고, 이후 물가 부담 탓에 10월에 인상분이 반영됐다.

올해 상승 폭은 최대 26원까지 가능하다. 2023년 기준으로 생산비가 전년 대비 4% 이상 증가하면 생산비 상승분의 0~60% 즉, 0~26원을 두고 협상에 나서기 때문이다. 현재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를 기준으로 리터당 1084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협상 이후 최대 리터당 1110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인건비와 사료비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올해도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유 생산비용은 리터당 1002.85원으로 2022년(44.14원)보다 4.6% 상승했다. 유가공제품, 과자, 빵 등 원유를 활용하는 식품의 가격도 영향을 받게 돼 가공식품 물가 인상 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최근 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원유 생산비가 상승해 생산자의 인상 요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 부담으로 상승 폭 최소화를 위해 중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료비가 원유 생산비의 57%를 차지해 사료 가격 상승이 원윳값 상승 주장의 주원인”이라며 “농식품부의 기본 방침은 원유값 협상 폭에 대한 동결 또는 최소화”라고 말했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