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위원회, 대선 후보 6명 승인… 보건부 장관 마수드 페제쉬키안 유일한 개혁 성향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네 번째)가 지난 23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고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헬기 추락 희생자들의 관을 앞에 두고 이들의 장례 예배를 집전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의 유해는 고향인 마슈하드로 옮겨져 매장된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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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이 6명의 대통령 후보를 승인했다. 후보 중 1명을 빼곤 모두 보수주의자다.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궤적을 잇게 하겠단 지도부의 의지가 읽힌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와 연계된 성직자단체 수호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날 6명의 대통령 후보를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달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뒤 치러지는 대통령 보궐선거 후보자가 최종 확정됐다.
6명의 후보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주의자다. 수호자위원회는 포퓰리즘 성향의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출마를 금지했지만, 전 이슬람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출마를 승인했다. 그는 1999년 이란 대학생들을 폭력 진압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아왔고, 경찰청장이었던 2003년에는 학생들을 향해 총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내무부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언론에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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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또 서방과의 핵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한 사이드 잘릴리 전 국가안보장관을 후보로 올렸다. 다른 보수주의자 후보로는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 전 법무장관, 현 부통령 아미르 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등이 올라왔다.
6명의 대통령 후보들 중 개혁주의자는 전직 의회 부의장이자 보건부 장관이었던 마수드 페제쉬키안이 유일하게 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페제쉬키안이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고 있다.
사이드 잘릴리 전 이란 핵협상 대표가 지난 31일(현지시각) 테헤란 내무부에서 대통령 보궐 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란이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공석을 메우는 보궐 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해 이날 오전 8시부터 다음 달 3일 오후 6시까지 출마 희망자 신청을 받았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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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센터의 이란 중심 연구원 시나 토시는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와 그의 이너서클은 개혁주의자나 저명한 중도파가 정권을 잡도록 두는게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란의 국가 원수인 하메네이는 올해로 85세. 건강도 좋지 않다. 극도로 충성했던 라이시를 잃은 하메네이로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이번 선거에서 위험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라이시의 뒤를 이어 그 후임도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궤적을 이어가게 할 것이란 분석이다.
알리 라리자니 전 이란 국회의장이 지난 31일(현지시각) 테헤란 내무부에서 대통령 보궐 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그는 이란 수호자위원회의 대통령 후보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해 대선 출마 길이 막혔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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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란 내부에선 엄격한 이슬람 규칙과 휘청이는 경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다. 지난 3월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4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라이시 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투표율이 49%에 그쳐 1979년 이슬람공화국 창설 이후 처음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2022년 말에는 복장 규정 위반으로 구금된 여성이 사망하자 대규모 시위와 함께 정권 전복 요구가 급속도로 확대되기도 했다.
하메네이가 이를 의식해 후보 6인 리스트에 개혁적 인사를 구색 맞추기로 1명 끼워넣었다는 분석도 있다. 위원회의 의도와 무관하게 페제쉬키안에게 표심이 쏠리는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없진 않다. 6명 중 누가 당선돼도 국제적으로 이란이 처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로 중동지역 대리자들에 대한 지원 압박도 커졌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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