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리 피격 3주만에
39세 男, 코펜하겐 광장서 밀쳐
유럽의회 극우 약진… 갈등 격화 우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47·사진)가 7일 수도 코펜하겐 광장에서 39세 폴란드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지난달 15일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여러 발의 총격을 입은 지 약 3주 만이다. 지난달 독일에서도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베를린 시장 등 유명 정치인 여러 명이 습격당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극단적인 정치 분열이 각국 정치인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서유럽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오후 광장에서 이 남성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폭행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해당 남성이 갑자기 다가와 총리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고 전했다.
도주하려던 범인은 현장에서 검거됐고 12일간 구금에 처해졌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 당시 술과 마약에 취해 있었다. 피해자가 덴마크 총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의 변호인은 “정치적 동기와는 무관한 범죄”라고 거듭 강조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가벼운 목뼈 부상을 입었고 7일 일정을 취소했다. 8일 성명을 통해 “어제 사건으로 슬펐지만 안전하다”며 수많은 지지 인사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진보 성향인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2019년부터 집권 중이다. 특히 42세에 최연소 총리에 올라 큰 관심을 모았다.
유럽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정치 폭력을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우리가 믿는 모든 것에 반하는 이 비열한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 또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동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도 프레데릭센 총리의 쾌유를 기원하고 범행을 규탄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각국의 극우 정당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민 등을 둘러싼 기존 갈등이 격화하면 이 같은 정치 폭력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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