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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 제압하고 日 만화 대사 읊은 ‘오타쿠 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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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지난달 21일 대만 타이중시 지하철에서 흉기 난동을 제압한 쉬뤼시엔 씨(왼쪽)와 쉬 씨가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언급한 일본 판타지 만화 ‘장송의 프리렌’ 등장인물인 힘멜(오른쪽). 자료 : 타이중시 정부·‘장송의 프리렌’ 공식 엑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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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

흉기에 맞아 다친 왼쪽 뺨에 거즈를 붙인 한 장발의 남성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가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자 대만은 물론 일본의 ‘오타쿠’들까지 열광했다.

6일(현지시간)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의 지하철에서 ‘묻지마 칼부림’을 제압한 남성이 인터뷰에서 일본의 유명 만화 속 대사를 읊어 화제가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헬스 트레이너인 쉬뤼시엔(27)은 지난달 21일 대만 타이중시의 지하철 객차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을 제압했다.

쉬 씨는 흉기 3개를 휘두르는 범인을 저지하려다 얼굴을 다쳤지만, 물러서지 않고 다가가 흉기를 빼앗고 가세한 다른 승객들과 함께 범인을 제압했다.

쉬 씨는 왼쪽 얼굴에 9cm가 넘는 상처를 입고 광대뼈가 부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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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흉기 난동을 제압해 지난 4일 타이중시 정부에서 표창장을 받은 쉬뤼시엔 씨(오른쪽). 자료 : 타이중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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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긴 생머리 덕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타이중 지하철 장발 형님’이라는 별명을 얻은 쉬 씨는 지난 4일 인터뷰를 계기로 ‘오타쿠의 빛’으로 떠올랐다. 쉬 씨는 이날 타이중시 정부에서 범인을 함께 제압한 17명 중 한 명으로 표창장을 받은 뒤, 인터뷰에서 일본 만화 ‘장송의 프리렌’의 유명한 대사를 읊었다.

쉬 씨는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에게 용기를 줬다”면서 “그때로 돌아가도 내 생각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판타지 만화 ‘장송의 프리렌’에 등장하는 용사 ‘힘멜’은 고결한 성품과 굴하지 않는 용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헌신의 상징과도 같은 캐릭터다. 만화 속 동료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쉬 씨의 인터뷰는 일본의 ‘장송의 프리렌’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일본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이것이 현대의 대만인으로 환생한 용사 힘멜의 모습인가”와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급기야 ‘장송의 프리렌’ 공식 엑스도 이튿날 해당 대사와 만화 컷을 올리며 쉬 씨의 의로운 행동에 존경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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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장송의 프리렌’ 공식 엑스(X·옛 트위터)가 쉬 씨가 인용한 대사를 올렸다. 자료 : 장송의 프리렌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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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씨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오타쿠’를 뜻하는 ‘쟈이난(宅男)’이라면서 “내 행동이 오타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드러내듯 쉬 씨는 이날 캡콤의 콘솔 게임 ‘몬스터 헌터 라이즈’에 등장하는 파란색 재킷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대만에서는 일본 못지않게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게임 등에 열광하는 ‘오타쿠’들이 많다. 한편에서는 2014년 발생한 타이베이 지하철 흉기 테러 사건을 계기로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커졌다. 당시 지하철 객차 안에서 대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4명이 숨지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가해자가 게임을 즐겼다는 이유로 게임이 ‘묻지마 칼부림’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쉬 씨는 “10년 전 사건으로 인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오타쿠는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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