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국경과 가까운 차드의 난민 캠프에서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있다. 메체 캠프(차드)/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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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살 이하 어린이 4명 중 1명은 모유과 곡물 외에 다른 식품을 거의 섭취하지 못하는, 심각한 영양 불균형에 처해 있다고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5일(현지시각) 경고했다.
유니세프는 이날 발표한 전 세계 5살 이하 어린이 영양 보고서 ‘어린이 식량 빈곤: 유아기 영양 결핍’에서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겪는 어린이가 1억8100만명(전체의 27%)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유니세프가 세계 약 100개국의 실태를 종합해 처음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어린이들은 8개 식품군 가운데 2가지 이하만 매일 꾸준히 섭취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모유, 곡물, 콩류, 유제품, 육류와 생선, 달걀, 비타민에이(A)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 기타 과일과 채소를 어린이들이 골고루 섭취해야 할 식품군으로 규정했다. 이 가운데 2가지 이하만 매일 섭취하면 ‘심각한 식량 빈곤’으로, 3~4가지를 섭취하면 ‘일정한 식량 빈곤’으로 분류한다. 매일 5가지 이상을 섭취하면 식량 빈곤을 겪지 않는 것으로 본다.
보고서는 심각한 식량 빈곤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은 보통 모유와 쌀·밀 등의 곡물만 섭취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어린이들 가운데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고, 육류나 생선을 먹을 수 있는 어린이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심각한 어린이 식량 빈곤은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두 지역에는 심각한 식량 빈곤에 시달리는 전 세계 어린이의 68%가 몰려 살고 있다.
유니세프는 소말리아의 경우 5살 이하 어린이의 63%가 심각한 식량 빈곤에 고통받고 있으며, 기니(전체의 54%), 기니비사우(53%), 아프가니스탄(49%), 시에라리온(47%), 에티오피아(46%)도 식량 빈곤을 겪는 어린이의 비율이 높은 나라라고 밝혔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총재는 ‘심각한 식량 빈곤’ 상태는 어린이들이 “벼랑 끝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어린이들의 생존과 성장, 뇌 발달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매일 2가지 식품군만 섭취하는 아이들은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을 가능성이 최대 50% 더 높다”고 강조했다.
유니세프는 64개국의 자료를 따로 분석한 결과, 어린이 식량 빈곤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나라에서 심각한 식량 빈곤을 겪는 어린이 비율은 2012년 34%였으며, 2022년에는 이 비율이 고작 3%포인트 줄었다. 다만,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심각한 식량 빈곤을 겪는 어린이들이 빠르게 주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어린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단지 빈곤만이 아니라며 “고도로 가공된 식품과 설탕이 많이 든 음료 등이 공격적으로 홍보되면서 상점과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제때에 정확한 정보를 얻도록 돕지 못하는 보건 시스템 문제도 어린이들의 발육과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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